13시간 만에 방향 뒤집은 트럼프…‘90일 관세 유예’ 결정적 배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기로 결정한 것은 상호관세 부과 이후의 상황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유예 조치는 ‘트럼프 관세’로 인한 무역전쟁 격화로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주식시장이 연일 폭락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또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와 달리 중국이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해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잇달아 내놓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 정책을 밀고 가면서 더 큰 혼란을 야기하는 것보다는 유예를 결정한 뒤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CNN에 따르면 9일 오전(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선트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 국채의 매도 급증에 대한 우려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채권시장의 심상치 않은 조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지금이 매수 적기”라는 글을 적기도 했는데, 그 당시까지만 해도 최종 결정을 내린 시점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 국채 10년물의 금리를 낮추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왔는데, 상호관세 부과 이후 정반대 상황이 전개되자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날 오후 채권시장이 지속적으로 혼란에 빠져 있는 것을 확인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90일 유예’라는 결단을 내렸다.


미국, 상호관세 90일간 유예 [사진 =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자동차 경주 선수들과 개최한 행사에서 상호관세를 유예한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사람들이 “약간 겁을 먹었다”고 답변했다.

그는 국채 시장 반응 때문에 관세를 유예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국채 시장을 보고 있었다.

국채 시장은 매우 까다롭다”며 “내가 어젯밤에 보니까 사람들이 좀 불안해하더라”고 말했다.

사실상 미 국채의 투매 현상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주요 이유였음을 인정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며칠간 ‘꽤 침울했던’ 금융시장이 이날 반등했다면서 “그건 꽤 큰 변화다.

내가 생각하는 단어는 유연성이다.

유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 타격을 많이 입는 미국 기업에 대한 관세 면제를 고려하겠느냐는 질문에 “기업 성격상 더 강하게 타격을 입는 기업들이 있는데 우리는 그걸 들여다볼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어떤 기업들은 자기 잘못이 아닌데 다른 기업보다 관세 영향을 더 받는 산업에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는 유연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며 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75개국 이상이 미국과 관세 문제를 협상하고 싶어한다면서 “나는 보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90일 유예했다”고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유예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치켜세웠다.


베선트 장관은 ‘주식시장 급락 때문에 상호관세를 유예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의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나는 대통령과 일요일(6일)에 긴 대화를 나눴고, 이것이 처음부터 그의 전략이었다”고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은 또 “심지어 대통령이 중국을 불리한 입장으로 몰고 갔다고 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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