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 최고가 오피스텔로 꼽혔던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피엔폴루스'(사진)의 상가 일부가 최근 600억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거래됐지만 실질적인 소유주는 바뀌지 않았다.
겉으로는 대규모 매각이지만 실상은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옮긴 형국이다.
이 이례적인 거래 배경에는 '세입자가 곧 주인'이라는 독특한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10일 상업용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이 운용하는 리츠가 보유한 청담동 피엔폴루스 2층 상가 7개 호실이 최근 593억원에 실거래 신고됐다.
거래 대상은 전용면적 약 2050㎡ 규모의 상업시설로 현재 차병원 계열인 차움의원이 들어서 있다.
청담동 피엔폴루스는 '임차인이 곧 최대 주주'라는 이례적인 구조로 운영돼왔다.
차병원그룹은 2층과 3층에 병원(차움의원)을 임차해 운영하면서, 동시에 해당 상가를 보유한 리츠의 최대 주주(KH그린)로 참여해왔다.
부동산 임대업을 주 사업으로 하는 KH그린은 2023년 말 기준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 및 특수관계자가 지분 99%를 보유한 회사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는 상가 매각을 추진할 때마다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2019년 제이알투자운용은 상가 매각에 나섰고, 신한리츠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거래는 결렬됐다.
상가의 임차인이기도 한 차병원 측이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지만, 이에 대한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차병원 측은 리츠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임대료 조정에는 전체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해 조정하는 데 실패했다.
거래를 통해 청담동 피엔폴루스 상가 2층을 사들인 것은 차병원 계열사인 성광의료재단이다.
일반 원매자에게 상가를 매각하지 못해 결국 같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 넘기는 방식으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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