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3만달러 덫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성장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선 산업구조 대혁신이 급선무다.
특히 1998년 외환위기 시절 정부의 빅딜 이후 국내 산업 개편을 시장과 기업 자율에만 맡기면서 사실상 변변한 구조조정은 실종된 지 오래다.
6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글로벌 각국의 산업정책 개입 건수는 1568건으로 2012년 56건 대비 28배 늘었다.
2017년까지만 해도 228건이었던 각국의 산업정책 개입은 2018년 705건으로 늘어났고, 2021년에는 1594건까지 치솟았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정책은 구조적 변화가 목표이기 때문에 선진국일수록 산업정책의 개입 빈도는 훨씬 높다"고 했다.
최근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고사 위기에 놓인 석유화학 산업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대표적인 분야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말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을 마련했지만 과잉생산 설비 감축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석유화학업계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함께 산업 재편을 위한 방안을 마련한 뒤 정부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문제는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정부 개입이 이미 한발 늦었다는 데 있다.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석유화학 설비는 2010년 대비 70% 늘었다.
같은 기간 일본이 15%, 서유럽은 9% 석유화학 설비를 줄인 것과 정반대의 행보다.
특히 일본은 정부 주도로 범용 제품 설비를 축소하고 제품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산업 재편을 이미 10여 년에 걸쳐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백화점식' 산업 지원 전략 역시 손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은 국가적으로 전략성을 갖는 기술과 산업 분야를 국가첨단전략기술, 국가전략기술, 핵심전략기술, 첨단기술, 첨단업종, 신성장동력, 국가핵심기술 등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원 제도 간 중복성도 심각하다는 평가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주요국의 전략기술과 산업 부문을 살펴보면 현재 주력 산업보다는 미래 제조업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첨단제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도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에 수조 원대 직접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한국은 현금 지원 대신 세액공제 등 간접 지원에만 초점을 맞춘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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