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뒤늦게 “26% 따라야”
다른 13개국가 관세율도 오류
주요국 對美 관세율 산출할 땐
무역흑자액을 수출액으로 나눠
정교함 없이 단순 계산해 논란
팩트와 어긋나는 주장도 펼쳐
“韓, 미국쌀에 관세 50~513%”
실제론 최저물량에 5%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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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Make America Wealthy Again)’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단 왼쪽)이 정·관계 인사들과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자신이 서명한 상호관세 행정명령을 들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일(현지시간) 공개한 상호관세가 백악관의 공식 문서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소개한 차트상 수치가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환율 조작, 무역장벽 등을 감안해 산출한 상호관세율도 ‘단순 계산’으로 만들어 낸 인위적 수치로 확인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 같은 혼선은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부과를 준비하는 과정이 어느 정도로 엉성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평가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소개한 차트와 실제 백악관이 게시한 행정명령 부속문서에는 다른 숫자가 기재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개한 차트에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로 발표했지만, 부속서에는 26%로 쓰여져 있다.
인도는 26%로 발표했지만 부속서에는 27%로 기재돼 있고, 태국은 36%로 발표했지만 37%로 적혀 있다.
스위스·남아프리카공화국·필리핀의 경우도 숫자가 잘못되긴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개한 표는 백악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한 한국 언론의 확인 요청에 백악관 관계자는 ‘조정된(adjusted)’ 수치라면서 “행정명령 부속서에 표기된 수치(26%)를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상호관세를 계산한 산식 역시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환율 조작과 무역장벽을 고려해 계산했다는 수치가 사실은 단순히 무역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뒤 그 비율의 절반을 상호관세율로 정한 것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이날 홈페이지에 상호관세 산정법을 공개하면서 같은 공식을 내놓았다.
비관세 장벽을 고려한 ‘대미 관세’란 주장과 달리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숫자임을 시인한 셈이다.
이 같은 계산법은 이날 미국의 저명 언론인 제임스 서로위키와 지정학 전문가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 등의 SNS에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실제 공식에 무역통계 수치를 대입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한 대미 관세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관세를 발표하며 제시한 차트에선 한국이 ‘환율 조작·무역장벽을 포함한 미국에 대한 관세’로 50%를 부과하는 것으로 계산돼 있다.
도표는 한국에 적용된 25%가 ‘디스카운트(할인)’된 수치라고 소개했다.
한국은 미국에 50%를 적용하는데, 미국은 그 절반인 25%만 부과하니 할인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의 대미 수출은 1315억달러, 한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한 적자 규모는 660억달러로 공식을 대입하면 50.2%가 된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주장한 한국의 대미 관세와 동일한 수치다.
미국은 중국에서 4389억달러어치를 수입하고 있고, 중국과의 무역적자는 2954억달러다.
적자 규모를 수입액으로 나누면 67.3%가 돼 역시 중국의 대미 관세 67%와 일치한다.
‘디스카운트’를 언급하며 인심 쓰듯 부과한 상호관세가 무역 관행이나 환율 조작 등이 반영된 수치가 아닌 셈이다.
트럼프 정부는 영국·브라질·호주 등 미국이 교역에서 흑자를 보고 있는 나라에는 일괄적으로 대미 관세를 10%로 적용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호관세 발표 행사에서 불공정무역 관행을 언급하며 한국을 몇 차례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의 불공정무역 관행을 언급하면서 “한국·일본과 다른 매우 많은 나라가 부과하는 모든 비(非)금전적 (무역) 제한이 어쩌면 최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엄청난 무역장벽의 결과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81%는 한국에서 생산됐으며, 일본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94%는 일본에서 생산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일본산 자동차가 미국에서 판매되는 비중에 비해 미국산 자동차가 한국·일본에서 판매되는 비중이 지나치게 작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2024년 한국에서 판매된 자동차 총 162만대의 약 83%가 국산차였던 것은 사실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쌀에 대해 한국에서 물량에 따라 50~513%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국은 전체 수입 쌀에 513%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연간 40만8700t에 대해서는 5% 관세를 적용한다.
미국에 할당된 TRQ 물량은 13만2304t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50%’ 발언은 실제 수치를 혼돈해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사전 브리핑에서 한국의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이 미국보다 월등하게 높다는 주장을 재차 내놓기도 했다.
그는 “우리의 MFN은 3.5%다.
인도는 15%, 한국은 13%, 베트남은 거의 10%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비관세장벽”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은 2007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대부분 상품을 무관세로 교역하고 있으며, 현재 대미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작년 기준 0.79% 수준이다.
한국 정부는 안덕근 산업부 장관의 방미를 계기로 이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등에게 설명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을 바꾸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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