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일(현지시간) 한국에 부과하기로 한 26%의 상호관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불만을 표시해 온 유럽연합(EU)은 물론 일본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한 상호관세 발표에서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보면 한국의 상호관세율은 26%로 일본 24%, EU 20%보다 높았다.


한국보다 상호관세율이 높은 국가는 캄보디아 49%, 베트남 46%, 태국 37%, 중국 34%, 대만 32%, 스위스 32%, 인도네시아 32%, 남아프리카공화국 31%, 인도 27% 등이다.

중국은 이번 조치로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에 부과한 20%포인트의 추가 관세에 더해 관세율이 54%까지 치솟게 됐다.


주요국 가운데 한국보다 상호관세율이 낮은 국가는 일본, EU, 말레이시아(24%) 등이다.

심지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들 중에 한국의 관세율이 가장 높았다.


미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한국을 포함한 20개국과 포괄적 FTA를 체결했는데 이들 가운데 호주,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도미니카공화국,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모로코, 페루, 싱가포르, 온두라스 등 11개국은 기본관세율인 10%의 세율을 적용받았다.

이스라엘(17%), 니카라과(19%), 요르단(20%)이 기본관세율보다 높았지만 한국보다는 낮았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USMCA)을 맺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국가에 대해서는 불법 이민자와 합성마약 펜타닐 유입을 명분으로 별도로 25%의 관세를 부과한 상태지만, USMCA 적용을 받는 물품은 무(無)관세가 유지되고 있다.

백악관은 해당 무관세는 '별도 25% 관세' 조치가 종료될 때까지 유지된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된 관세는 모두 185개국에 적용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국가에 10% 관세를 5일 0시 1분(미 동부시간 기준)을 기해 부과하기 시작하고, 9일 0시 1분부터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반영해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백악관은 이날 배포한 참고자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매년 대규모의 상품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제조업 기반이 붕괴됐고, 제조업 역량을 강화하려는 동기를 상실한 데다 주요 공급망 훼손·방위산업의 해외 의존 등 현상이 나타났다는 이유에서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1977년 제정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의거해 국가적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이 모든 국가에 적용할 10% 관세는 5일, 상호관세는 9일 발효하기로 한 것은 '협상의 여지'를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백악관은 "이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와 비호혜적 대우로 인한 위협이 해결 또는 완화됐다고 판단할 때까지 유효하다"고 명시했다.

또한 "경제·국가안보 문제에 미국과 협력하는 중요한 조치를 취할 경우 관세를 인하할 수 있다"고 언급해 한미 간 조선업·에너지 분야 협력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관세를 완전히 면제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상호관세 발표 다음 날인 3일 오전 CNBC 방송 인터뷰에서 관세를 낮추거나 없앨 방법에 대한 질문에 "관건은 그들이 우리 농산물을 수입하고 우리를 공정하게 대우할 것이냐 하는 것"이라며 "면제라는 단어는 요인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오전 트루스소셜에 "수술이 끝났다.

환자는 살았고 회복 중"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수술 예후는 환자가 이전에 비해 더 훨씬 더 강하고, 더 크고, 더 좋고, 더 회복력이 있으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기존 교역 환경에서 신음하던 '미국'을 환자에, '관세'는 이를 고칠 수 있는 수술에 비유한 셈이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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