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의 심장’ 피선거권 박탈에 극우 ‘멘붕’…무슨 잘못했길래

佛 마린 르펜, 5년 공직 출마 금지
피선거권 즉각 박탈에 대권 무산
伊 부총리 “EU의 전쟁 선포”
러시아 “유럽이 민주주의 짓밟아”

마린 르펜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의원이 31일(현지시간) 법원의 1심 유죄 판결 이후 TF1 저녁 방송에 출연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프랑스 대권을 넘보던 극우 국민연합(RN) 마린 르펜 의원이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차기 대선 출마에 제동이 걸렸다.


31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파리 형사법원이 르펜 의원에게 유럽연합(EU) 자금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하면서 5년간의 공직 출마 금지 처분이 즉시 발효됐다.

10만 유로(약 1억4000만원)의 벌금도 부과됐다.

형 집행은 법적 절차가 모두 종료된 후에 시작되며, 이 중 2년은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로 감시받는 조건이고 나머지 2년은 집행 유예다.


이날 법원은 르펜 의원 등 RN 관계자들이 2004년부터 2016년 사이 허위 계약과 가짜 일자리 제도를 활용해 약 4400만 유로(약 625억 원)의 EU 자금을 당 운영에 유용했다고 판결했다.

프랑스는 부패·횡령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는 자동적으로 선거 출마 금지 처분을 받도록 하고 있고, 판사는 그 심각성에 비추어 5년 혹은 10년의 출마 금지 기간을 결정하게 된다.


르펜 의원은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면서 오는 2027년 예정된 대선 출마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르펜은 즉각 반발하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출마 금지 처분은 대체로 최종심 결과가 나온 후 발효되는데 법원이 이를 즉각 발효시킨 것은 정치적 판단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르펜 의원은 “재판장은 법치주의에 반해 즉시 피선거권을 박탈시키겠다고 말했다.

이건 내가 대선에 출마해 당선되는 걸 막기 위해 내 항소를 무용지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전 세계 각국의 극우 정치인들도 르펜에 대한 유죄 판결이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극우 성향의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브뤼셀의 전쟁 선포”라며 “루마니아 같은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가 보고 있는 나쁜 영화”라고 주장했다.

루마니아에서 친러·극우 성향의 칼린 게오르게스쿠가 작년 11월 대선 1차투표에서 1위에 등극했으나, 러시아의 선거 개입 정황이 드러나면서 투표 결과가 무효화되고 게오르게스쿠의 대선 출마가 무산된 일에 이번 판결을 빗댄 것이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나는 마린이다”고 적으며 연대 의사를 표시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유럽 각국이 점점 민주주의 원칙을 짓밟고 있다”고 논평했다.

미국의 일론 머스크도 X에 게시글을 올리고 “급진 좌파가 민주적 선거에서 이길 수 없을 때 사법 체계를 악용해 정적을 감옥에 가두려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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