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가 11일 막을 내렸다.
미·중 기술경쟁과 무역분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지도부는 이번 양회에서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를 주도하는 민간기업에 힘을 실었다.
그러다 보니 '기술 굴기'를 이끌고 있는 테크기업 수장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어느 때보다도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그 선두에는 중국 스마트폰·전기차 제조사인 샤오미의 창업자 레이쥔 회장이 있다.
레이 회장은 지난 5일 전인대 개막 당일 '대표 통로'에 섰다.
대표 통로는 전인대 대표를 상대로 한 집중 인터뷰 행사다.
당시 레이 회장은 "'대표 통로'에 처음 서보니 설레고 긴장도 된다"며 소감을 밝힌 뒤 "제조업은 중국의 근본이자 강국의 기초이고 샤오미는 제조업 발전의 건설자 겸 수혜자로서 과학기술 혁신과 첨단화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최근 샤오미의 기술 혁신 성과를 공유하면서 "지난 15년간 과학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깊이 체감했다"며 "5년 전 향후 5년간 1000억위안(약 20조원)을 핵심 기술에 투자하기로 했고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1050억위안(약 21조원)을 투입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민영기업 심포지엄(좌담회)과 관련해서는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지를 깊이 느껴 자신감이 배가됐다"며 "중국식 현대화에 계속 기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 창업자 리옌훙 회장은 지난 9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온라인 매체 '인민망' 기고를 통해 이번 양회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리 회장은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지능(智能·스마트)'이라는 단어가 10번, '
대모형(大模型)'이라는 단어는 처음 등장했다"며 "AI 분야 리더로서 매우 흥분되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가 AI를 중시하고
대모형의 광범위한 응용을 지원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전 세계 AI 분야 경쟁은 전례 없이 치열하다"며 "선두에 서기 위해서는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에 과감하게 투자해 더 우수하고 스마트한 차세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바이두를 비롯한 중국 AI업계가 나아갈 방향도 제시했다.
리 회장은 "우리는 기술 혁신을 통해 AI 비용을 지속적으로 낮출 계획"이라며 "AI의 대규모 응용 또한 적극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인 쩡위췬 CATL 회장은 이번 양회에서 "에너지 저장 시장의 메커니즘을 완비하고 신형 에너지 저장에 대한 활용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인대 대표인 류칭펑 커다쉰페이 회장은 "저소득층에 AI 무료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저우훙이 360그룹 회장은 "AI는 모든 산업을 재편할 산업혁명"이라며 AI 모델 개발에 관해 유연한 관리·감독을 요구했다.
저우윈제 하이얼 최고경영자(CEO)와 둥밍주 그리 회장, 리둥성 TCL 회장 등도 주목을 받았다.
올해 양회는 과학기술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전인대 정부 업무보고에서 '과학'을 언급한 횟수는 12회나 됐다.
지난해 6회와 비교하면 배로 늘어난 셈이다.
또 △체화지능(실제 환경과 상호 작용하는 AI 탑재 로봇) △6세대 이동통신(6G) △휴머노이드 로봇 △AI 스마트폰·PC 등의 단어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처음 등장했다.
자율주행이나 플라잉카 등 자동차 신기술과 관련해 다양한 정책 제안도 다수 나왔다.
내수 진작도 주요 키워드였다.
정부의 연간 10대 과제 중 최우선에 배치했다.
리창 국무원 총리의 업무보고에서 '소비'는 지난해 21번에서 31번으로 크게 늘었다.
이를 위해 '이구환신(노후 제품 교체 시 보조금 지급)' 지원 범위 역시 대폭 확대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리스크'는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부담이다.
지난달 시작된 글로벌 '관세전쟁' 영향으로 중국 경제의 대외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고 내수 부진에 따른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미·중 무역갈등이 이어지면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최대 30%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호흡기 질환으로 폐막식에 불참했다.
폐막사는 리훙중 부위원장이 대독했다.
또 이번 폐막식에서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시 주석의 연설도 없었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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