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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참 대출받기 딱 좋은 날씨네."
작년 말 대출을 알아보다가 포기했던 독자라면 요즘 이런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주요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대폭 높였는데, 새해 들어 규제를 대거 풀었기 때문이다.


올해 대출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연초가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을사년을 맞아 은행이 해제한 가계대출 제한과 여전히 유지 중인 제한을 함께 소개해본다.


먼저,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취급 제한을 대거 풀었다.

은행에서 모기지보험 상품을 적용하면 개별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최대 5500만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다시 말해 작년 말엔 주요 은행들이 5500만원이라도 덜 내주기 위해 모기지보험 적용을 막은 것이다.

새해 들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모두 제한을 해제했다.


상당수 은행은 주택을 담보로 한 생활안정자금 한도도 풀었다.

KB국민은행은 물건별로 연간 2억원 한도로 막았던 것을 무제한으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은 1억원으로 묶었던 것을 10억원까지 늘렸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한도를 늘린다.

다만 하나은행은 연간 취급 한도를 1억원으로 지속 제한한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도 대다수가 다시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대환대출은 과거보다 금리가 낮아졌을 때 차주가 더 좋은 조건으로 돈을 빌리기 위해 활용한다.

여신으로 먹고사는 은행 역시 보통은 자기 조건이 더 좋음을 알리며 적극적으로 고객을 유치했으나, 작년 말엔 대환대출을 막았다.

대환대출을 경쟁 은행의 짐을 떠안는 행위처럼 여겼던 것이다.

올해는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이라 대환대출 유치 경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자금대출에 걸었던 각종 제약도 느슨하게 했다.

신한·우리은행은 지난해 유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수도권 전세대출을 중단했으나 올해 들어 재개했다.

국민·하나·우리은행은 전세대출 갈아타기를 작년까지만 해도 막았으나 올해 일부 해제했다.

국민은행은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이내로 전세대출 한도를 제한하던 것을 풀었다.


주택담보대출 거치 기간 규제를 풀어준 은행도 있다.

국민은행은 주택 구입 자금에 1년의 거치 기간을 두고, 생활안정자금에 3년의 기간을 허용한다.

거치 기간에 차주는 원금 상환 없이 이자만 갚아도 된다.

본격적인 상환을 미루면서 종잣돈을 모을 시간을 조금이나마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모든 제약이 풀린 건 아니다.

개별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이 리셋된 것과 별개로 금융당국은 올해도 강력한 관리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대출 만기 최장 기한을 대부분 축소 운영한다.

국민은행은 서울·수도권에서 주담대를 최장 50년까지 내주던 것을 지난해 8월 30년으로 줄였고, 올해도 유지한다.

신한·우리·농협은행도 최대 30년으로 제한 운영한다.


비대면 대출 채널도 과거보다 좁게 운영한다.

오프라인 지점을 한 번은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두는 것이다.

특히 요즘엔 많은 신세대 고객이 얼굴 보고 상담받는 걸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비대면 채널을 막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대출 제약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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