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 공세에 獨 최대 철강사 인력 40% 감원

독일 최대 철강 업체인 티센크루프스틸이 중국산 철강 저가 공세로 타격을 입으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티센크루프스틸은 2030년까지 전체 인력의 40%에 해당하는 1만1000명을 감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생산·행정 업무를 조정해 5000명을 감원하고 외부 용역, 사업 매각 등을 통해 6000명을 추가 감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티센크루프스틸은 연간 생산 능력을 870만~900만t으로 최대 4분의 1가량 줄이겠다고 밝혔다.

중국산 전기차(EV) 저가 공세로 유럽 자동차 업계가 휘청이는 가운데 최근 수년간 중국산 철강 제품이 대량 유입되면서 철강 업계 역시 위기에 내몰렸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철강 수입량은 377만t으로 전년 대비 8% 급증했다.

이는 2016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중국산 철강 제품에 시장이 크게 잠식되면서 유럽 대표 철강 업체들은 앞다퉈 구조조정에 나섰다.

앞서 지난 15일 스위스스틸은 내년 중순까지 전체 인력의 10%에 해당하는 7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19일에는 세계 2위 철강 업체인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미탈이 프랑스 공장 2곳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제조업의 근간인 철강 산업이 흔들리면서 유럽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유럽 당국이 새로운 관세 조치를 들고 나오면 무역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U 집행위원회는 유럽철강협회(EUROFER)의 제소에 따라 지난 5월 중국산 주석도금 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통조림 등 다양한 소비재 포장재나 전자제품 부품으로 사용되는 주석도금 강판은 철강 제품 가운데 중국산의 잠식이 가장 심각한 품목이다.

유럽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EU 주석도금 강판 업계 매출은 2021년 대비 4분의 3으로 크게 줄었다.

유럽 철강 업계는 중국 업체들이 정부 보조금을 발판 삼아 유럽 내 생산 원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철강을 덤핑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중국 철강 수출량은 9190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3% 급증했다.

이는 2016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에 지난 6월 EU 집행위는 현재 시행 중인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를 2년 더 연장해 2026년 6월까지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201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철강 세이프가드는 관세 할당량(TRQ) 초과 시 25%의 관세가 부과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유럽 철강 업계는 중국의 물량 공세에 따른 타격이 큰 만큼 새로운 관세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럽 철강 업계는 중국산 철강 저가 공세와 더불어 높은 에너지 비용과 철강 수요 부진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에서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비용 폭등으로 제조업 전반이 침체되면서 철강 수요가 크게 가라앉았다.

유럽철강협회에 따르면 2022년과 2023년 EU 철강 수요는 각각 8.3%, 6% 급감했다.

올해 EU 역내 철강 수요는 1억2700만t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유럽에서 자동차 판매량마저 크게 줄면서 철강 업계가 연쇄 타격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