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車·철강 앞날, 이 사람 손에···무역법 301조까지 발동 가능

초대 상무장관 발탁된 러트닉
첨단반도체 대중 통제권 가져
삼성·SK 반도체 보조금도 결정
무역법 301조 발동 시 철강 타격
한국 핵심산업, 그의 손아귀에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초대 상무부 장관으로 발탁한 하워드 러트닉. <AFP 연합뉴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초강경’ 무역 정책을 실행에 옮길 인물이다.


대중국 강경파인 러트닉 지명자가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대중국 고율 관세의 전략 수립·집행에 나선다면 한국 경제도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사실상 러트닉의 ‘관할’이다.

현재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통제 조치를 담당하고 있다.

이 조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중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생산시설 역시 대상에 포함돼 있지만 현재는 유예 조치를 적용받고 있다.


또 상무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미국 내 공장 건설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텍사스 테일러에 17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건설했고, 64억달러의 보조금을 약속받은 상태다.

이와 함께 보조금을 받은 대신 중국 내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도 상무부가 결정한다.


한국 자동차 산업도 상무부의 결정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상무부는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수입품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의 발동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

이미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내 철강기업들은 수출 가능한 물량을 지정받게 됐다.

최근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미시간 등지의 자동차 기업과 노동자들을 겨냥해 자동차와 관련해 이같은 조치를 발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그가 무역대표부(USTR)까지 총괄하게 되는 만큼, 무역법 301조 또한 그의 손 아래 놓이게 된다.

이 조항은 USTR이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차별적 행위로 자국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하면 수입을 제한하는 초강력 규제다.


올해 63세로 뉴욕 유대인 가정 출신인 러트닉은 1983년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에 입사해 29세 때인 1990년대 초반 회장 겸 CEO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억만장자 금융자산가인 그는 트럼프 당선인에 거액의 선거자금을 후원해왔고, 현재 새 정부의 정권인수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그는 당초 재무장관 후보로 떠올랐지만, 또다른 유력 후보인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그룹 창업자와의 경쟁 과열이 논란이 된 이후 상무장관직으로 선회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러트닉은 대선 선거운동 막바지인 지난달 27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유세에서 미국은 소득세가 없고 관세만 있었던 20세기 초에 가장 번영했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러트닉은 관세에 부정적인 월가 금융 재벌들을 상대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공약을 열렬히 옹호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19일(현지시간) 교육부 장관으로 린다 맥마흔 전 중소기업청장을 지명했다.

그는 러트닉과 함께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공동 창업자 겸 CEO였던 맥마흔은 지난 4년간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 이사회 의장도 맡아왔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의 인선 결과가 속속 드러나면서 한국 정부가 상대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마코 루비오 연방 상원의원(플로리다)은 1971년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쿠바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플로리다 주 하원의장을 거쳐 2010년 미국 상원에 입성했다.


루비오 의원과 함께 외교안보 ‘투톱’인 국가안보보좌관에는 마이클 왈츠 연방 하원의원(플로리다)이 지명됐다.

미 육군 특전부대원 출신으로 역시 하원에서 대표적인 외교 강경파로 분류된다.


국방장관 지명자인 피트 헤그세스는 보수성향 폭스뉴스의 주말 프로그램 공동 진행자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1980년생으로 올해 44세인 그는 예비역 소령 출신으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파병됐던 경험이 있다.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지명된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곤경에 처했을 때 그의 곁을 지켰던 인물이다.

1965년생인 그는 텍사스주 히스시의 시장으로 8년간 재임했고,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방 하원의원(텍사스)을 지냈다.


에너지부 장관 지명자인 크리스 라이트는 ‘프래킹(수압파쇄법 시추방식)’ 기업 리버티에너지의 최고경영자(CEO)로 미국의 1990년대 후반 상업용 셰일가스 생산을 시작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무장관 겸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는 1956년생으로 기업가 출신의 친(親) 시장주의자로 꼽힌다.

그는 2023년 대선 경선에 도전했지만, 이후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했다.


복지장관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로 이번 대선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가 중도에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고 선거운동을 중단했던 바 있다.

1954년생인 그는 백신에 대한 반대 의사를 보였던 바 있다.


법무장관인 맷 게이츠는 1982년생으로 플로리다 출신이다.

로펌 변호사로 활동하던 그는 2010년 플로리다 주하원의원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숀 더피 교통부 장관 지명자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연방 하원의원(위스콘신주)을 지냈다.

1971년생인 그는 공직 생활 전에는 럼버잭(벌목꾼) 대회 선수로 활동하는 한편 리얼리티 TV쇼에 출연했고, 지난해부터 폭스비즈니스의 TV쇼 ‘더 바텀 라인’의 공동 진행자로 활동해왔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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