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TV는 섹시한 소리꾼으로 정평 난 이희문 국악인의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습니다.
매일경제TV의 프리미엄 콘텐츠 플랫폼 ‘CEO인사이트’ 2호에서는 인터뷰 프로그램 ‘이야기를 담다’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직접 나서 촬영장 분위기와 후일담을 공개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희문 국악인은 “경제 방송 채널 출연이라서 아무래도 조금은 딱딱한 분위기일까 봐 고민했다”면서도 “청청패션을 선택했는데, 데님이 가지고 있는 자유로움으로 제 예술 활동을 잘 표현한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담 아나운서가 대기할 때부터 친근하고 편안하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셔서 재밌었다”며 출연 소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야기를 담다’ 비하인드는 김원경 PD(‘김 피디의 비하인드 컷’)와 아나운서 이담(‘이담의 뒷담; 뒷이야기를 담다’), 김수진 작가(‘김 작가의 크레딧 쿠키’) 등 제작진과 출연들이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촬영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담다’ 비하인드는 ‘CEO인사이트’를 통해 격주 단위로 공개됩니다.
매일경제TV는 ‘이야기를 담다’는 매주 목요일 저녁 6시 30분에 IPTV 혹은 유튜브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이야기를 담다> 비하인드 – 이희문 국악인 편 전문.
<김작가의 크레딧 쿠키> -김수진 작가
# 이희문은 반비례한다
열심히 일하면 돈을 벌 수 있고,
꾸준히 운동하면 건강해지고
아름다워지면 사랑받는다.
인생은 대체로 정비례한다.
그리고 그 정비례는 인생의 성공 방정식으로 통한다.
하지만, 이희문은 반대다.
기괴한데 아름답고 도발적인데 정돈돼 있으며
열심히 노래하지만, 유행을 좇지 않는다.
“평범한데 화려하고 예쁜 것보다 과감한 걸 했을 때
훨씬 재밌고 제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모티브가 된 건 우리나라 전통 무속 신앙 속 박수무당인데,
열 손가락에 다 보석 반지를 끼고 있을 정도로 화려하거든요”
소리꾼 아니 도발꾼 이희문에겐
도발의 수위만큼 경이로운 기록들이 따라다닌다.
‘씽씽’ 400만 뷰, ‘범 내려온다’ 3억 뷰.
그리고, 2017년 이희문의 ‘씽씽’ 밴드는
2017년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의 인기 프로그램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출연해
조회 수 100만 뷰를 넘겼다.
해외에서 가치가 재발견된 BTS의 소리꾼 편이랄까?
”아시아 뮤지션 최초예요. 어메이징이었죠“
미국에 온 김에 15분만 공연하라는 담당피디의 제안에
어떤 무대인지, 누가 보는지도 모르고 이끌려왔다는 그.
그는 ‘저게 뭐야’ 팔짱 끼고 있던 대중들을
단 15분 만에 코앞으로 이끌었다.
“한 15분에서 20분 정도 대치하다 보면 나중에는 다 같이 뛰고 있는 거죠”
무명 소리꾼의 대반전.
파격을 통해 품격을 만드는 국악계의 이단아,
2배, 3배, 4배로 늘어날 때 다른 값도 2배, 3배, 4배가 아니라
1/2, 1/3, 1/4로 줄어들기도,
때로는 20배, 30배, 40배 그 이상이 되기도 하는 것이 삶이듯,
인생은 꼭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희문에게서 다시 배운다.
# 크로스오버와 짬뽕의 차이
사람들은 크로스오버라는 말은 조자룡의 헌 칼 쓰듯 한다.
잘 모르면 크로스오버이고
성격이 불분명해도 크로스오버라고 부른다.
어쩌면 고상하게 표현하면 융합이고
저렴하게 표현하면 짬뽕이라고 할까?
그렇다면, 이희문의 크로스오버는 융합일까? 짬뽕일까?
“성향이 약간 그런 댄스 뮤직을 좀 좋아하다 보니까
제 몸에 이렇게 체득돼 있던 그런 것들이
그냥 민요가 또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섞이는 것 같아요”
극과 극을 달리는 세 명의 어머니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어머니 경기민요 명창 고주랑에게 소리를 공기놀이하듯 배웠다.
27세 늦깎이 국악인 된 이희문을 지지한 건
그의 소리를 한눈에 알아본 이춘희 명창.
그리고, 이후 현대 무용가 안은미를 만나 소리에 파격적인 몸짓을 얹었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우리 민요의 무한 변신과 매력은
그렇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비주류 전통 음악을 하면서 항상 마음의 빚을 지거든요.
그 마음의 빚을 누군가가 내 도움이 필요할 때는
여과 없이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짬뽕은 육해공 산해진미를 모두 섞어 끓였다.
맛은 있지만, 주재료가 없다. 그냥 뒤섞였을 뿐
하지만, 이희문의 소리엔 주재료가 명확하다.
바로 경기민요다.
주재료의 맛이 강하고 싱싱하니 절대 그 요리엔 실패란 없다.
이희문이 크로스오버가 동네 어귀 중국집 짬뽕과 비교될 수 없는 이유다.
<이담의 뒷담; 뒷이야기를 담다>-이담 아나운서
#외않되?
‘요즘 애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 있다. “외않되?”
(요즘 애들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수년 전부터 있던 말이다.
요즘에는 오히려 안 쓰는지도 모르겠다.)
이희문이라는 사람을 공부하며 나는 평소 쓰지도 않던 이 말이 딱 떠올랐다.
외.않.되?
(‘왜 안 돼’라는 뜻으로, 맞춤법 파괴 밈으로 쓰이는 ‘외않되’는
원칙을 깨뜨리고 안 될 것 같은 일을 이뤄온 이희문과 닮았다.)
아나운서로서 이 말을 쓰면 약간 범죄를 저지른 느낌이지만,
이 단어를 써야 딱 들어맞기에 써본다.
일종의 길티 플레져다.
이희문은 ‘외않되?를 실천한 사람’이다.
#착실한 날라리, 섹시한 소리꾼
인터넷에서 그의 이미지를 찾아보면,
형광 연두색 단발머리를 하고 하이힐을 신고 있는 섹시한 모습의 그와
갓을 쓰고 도포를 두르고 점잖게 부채를 들고 있는 그가 섞여 있다.
그는 누구인가?
어떤 공연에선 화려한 색깔의 머리에 코르셋을 입고
킬힐을 신고 섹시하게 춤을 추고,
또 다른 공연에선 갓을 쓰고 장구를 들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전통 경기민요를 한다.
킬힐을 신고 춤을 추며 공연하는 모습 속의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만 같다.
영상의 소리를 끄고 보면, 이걸 경기민요 공연이라는 걸 알 사람은 없다.
드래그퀸 퍼모먼스인가 싶기까지 하다.
그런가 하면 갓을 쓰고 화장기 없는 얼굴을 하고
미소 짓는 사진 속의 그는 심지어 앳된 소년처럼 보일 정도다.
그는 누구인가?
섹시한 날라리인가. 착실한 소리꾼인가.
그는 국가무형문화재 경기민요 이수자이신 고주랑 명창의 DNA를 받았다.
고주랑 명창의 동문수학 친구인 국가무형문화재 경기민요 보유자
이춘희 명창이 그를 소리꾼으로 키워줬고,
세계적인 안무가 안은미 현대 무용가가 그 안의 날라리를 깨워줬다.
(그가 칭하는 대로)‘세 분의 어머니’ 께서 지금의 그를 빚어주신 셈이다.
#범 내려오기 전에 이희문 내려왔다
내가 그를 처음 본 건 한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였다.
NPR music이라는 채널의 Tiny Desk Concert라는 건데,
미국 공영 방송인 NPR에서 제작하는 영상이다.
말 그대로 작은 책상을 두고 그 앞에서 콘서트를 하는 거다.
사무실에서 공연하는 콘셉트다.
여기에는 아델, 우 탱 클랜, 존 레전드, 빌리 아일리시 같은
미국의 톱스타들이 거쳐 갔고,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으로 BTS가 여기서 공연을 했다.
그리고 BTS보다 3년 먼저, 2017년 이희문이 공연을 했었다.
가히 충격적이었다.
“앙! 앙! 앙!”하는 추임새와 함께 나오는 음악은
분명 민요인데 민요가 아닌 것 같았다.
이희문이 당시 결성한 ‘씽씽’이라는 민요 록 밴드가 공연을 한 건데,
당시 이희문은 잔뜩 부풀린 붉은 색깔의 아프로 스타일 머리를 하고
선글라스를 끼고 노래를 했다.
한국 사람이 봐도 놀라운데, 서양 사람들은 어땠을까?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서 한국, 아시아 밴드로는 최초로 공연했던 거라고 한다.
많은 사람이 이희문을 통해 이른바 ‘국뽕’을 맞았다.
#하고 싶은 거 다 해줘요
이희문은 이야기를 담다 촬영 날 금발 머리를 하고,
카멜색 타비 부츠(발가락이 갈라진 형태의 신발)를 신고,
청청 패션으로 평소 방송 의상과 비교해선 점잖게(?) 하고 왔다.
궁금했었다. 연두색 머리를 하고 올까?
주황색 머리를 하고 올까? 드레스를 입고 오려나?
하지만 그는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보고 톤 앤드 매너를 맞춰
옷도, 헤어스타일도 타협점을 찾은 것 같았다.
“인터뷰 같은 녹화는...옷을 너무 화려하게 입기도 뭐하고...”
이전 이야기를 담다 방송을 모니터링하고 왔단다.
그래서 신발에 포인트를 주기로 했다고 했다.
“영상들을 보니까 신발이 나오더라고요.”
그는 외않되? 하는 사람이지만 막무가내가 아니다.
아무도 하지 않는 걸 보여주면서도, 보는 사람들을 배려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그는 착실한 날라리, 섹시한 소리꾼이다.
나는 지금까지 그가 걸어온 길인 ‘외않되?’를 계속해 주길 바란다.
그의 음악을 통해, 나조차도 뭔가 대리만족하게 된다.
내가 못 하는 거 해주는 느낌이랄까?
요즘 유행하는 말로 또 끝내본다.
“외않되? 하고 싶은 거 다 해(주세요)!”
<김 피디의 비하인드 컷> -김원경 피디
오전 11시 45분 “이희문 씨 도착했습니다”
녹화 시간은 오후 2시
허둥지둥 밥을 먹다 회사로 복귀한다.
보통 녹화 시간 30분에서 1시간 전에 출연자가 도착하는데
두 시간 전에 도착했다고??
메이크업과 의상이 모두 준비된 상태로...!!
“식사하셨어요?”란 질문에
“아뇨. 녹화 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습니다”
첫 대화에 그의 성격이 느껴진다.
#성실#완벽#이단아#B급소리꾼#민혜경덕후#화려하지만#낯가림
이희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여다보자
# 성덕한 민혜경 덕후
‘나를 다시 유혹해~’
‘나를 다시 유혹해~~’
편집이 끝나고 그가 부른 민혜경의 <그대 모습은 장미> 노래가
수능 금지곡처럼 며칠 동안 귓가에 메아리쳤다.
이희문과 함께한 2~3시간... 그의 유혹에 넘어가기엔 충분했다.
단발머리 가발을 쓴 그가 갑작스러운 작가의 춤 요청에
‘아니 어렸을 때는 예뻤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쑥스러워하면서도
그 높은 힐을 신고 무반주에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부끄러운 듯 솜타래 같은 웃음을 머금은 채
“나를 다시 유혹해 오늘도 그 향기로~”
어릴 적 부모의 부재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이희문,
그를 유혹했던 건 심신도 소방차도 아닌 민혜경이었다.
“민혜경의 춤과 노래는 그냥 세상이었어요
친구도 필요 없었고 매일 누나 방송 녹화한 거를 봤어요.”
이희문 : 얼마 전에 <강남 무지개>라는 제 중고등학교 시절을 이야기하는 작품을 했는데
누나가 출연해 주셨어요. 진짜 제가 누나의 백댄서가 되는 꿈을 이뤄줬어요.
<그대 모습은 장미>를 누나가 불러주시고
제가 백댄서가 돼서 열심히 추는...성공한 덕후 이희문,
어릴 적 우상이었던 민혜경을 만나기 전까지
그는 얼마나 많은 시간 춤을 추고 노래를 했을까?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의
‘성공하려면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라는 말은
이희문의 시간을 두고 말한 게 아닐까?
# 파격적인 논란의 주인공
“다르다는 게 틀린 게 아니다”
이담: 전통이라는 게 어떤 건가요?
이희문 : 전통은 현재 진행형이거든요.
지금까지 남아 있는 전통은 한 시대를 유행하면서 버텨온 것들이에요.
그렇게 끊임없이 회자되려면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자기만의 힘.
제 목소리를 내는 게 전통이라고 생각해요. 자기만의 색깔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
안은미 선생님은 무용하시는 분인데 제 소리를 바꾸는데 가장 큰 울림을 주셨어요.
“네 생각이 바뀌어야 네 소리가 바뀐다. ”
선생님 말씀을 듣고 바뀌면서 제 소리가 정말 트였다는, 그러니까 득음을 했다고, 소리를 얻었다는 말을 사람들이 하는데 내가 ‘자기 목소리를 갖게 됐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이담: 춤 선생님께 득음했다니까 신기하네요
이희문: 전통 소리에 있다가 안은미 선생님께 가서 제가 어색하고 놀랐던 거는 칭찬이었어요. 무한한 칭찬. 뭘 해도 박수를 치고 뭘 해도 너무 이쁘다. 그리고 잘한다.
그렇게 막 혼만 나다가 칭찬을 너무 해주니까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다르다는 게 틀린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셨죠.
무형문화재, 경기 민요 명창인 고주랑 어머니의 후광 아닌 후광
스물일곱이란 나이에 뒤늦게 시작한 경기 민요
“유학도 다녀왔고 스타일이 예사롭지 않으니까
말도 많이 나왔고 혼도 많이 났어요”
그에겐 너무 큰 압박이었을 게다... 그가 찾은 해답은
전통 민요를 디스코, 펑키, 록, 재즈 등 다양한 장르와 크로스오버하고
짙은 화장, 가발, 그리고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국악계의 이단아 이란 별칭을 얻었다.
그만의 목소리로 전통 소리의 다른 길을 개척하고 있는 이희문,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게 아니다’를 보여주고 있는 선두 주자가 아닐까 싶다.
<이야기를 담다, 그 후> – 이희문
# 청청패션과 함께한 편안한 인터뷰
“때와 장소에 따른 비주얼과 준비 과정이
개인적으로는 항상 행복한 부담이에요.
경제 방송 채널 출연이라서 아무래도 조금은 딱딱한 분위기일까 봐 고민을 좀 했었죠.
그래서 청청패션을 선택했는데, 데님이 가지고 있는 자유로움으로
제 예술 활동의 성격을 표현했습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참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담 아나운서가 대기할 때부터
친근하고 편안하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셔서,
인터뷰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너무 재미있었어요.
덕분에 제 이야기들도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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