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경제(opportunity economy)'를 내세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미래 산업 투자를 새 경제 공약으로 내걸었다.

해리스는 "바이오와 항공우주 분야에 투자하고 인공지능(AI)과 양자 컴퓨팅, 블록체인, 청정에너지 등 분야에서 미국이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도록 드라이브를 걸겠다"면서 첨단 산업에 대해 파격적인 면세 혜택을 약속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최대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경제클럽'에서 진행한 경제정책 연설에서 "미래 산업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21세기 경쟁에서 중국이 아닌 미국이 승리하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공약과 차별되는 제조업 육성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 그의 이날 연설은 관심을 모았지만 크게 눈길을 끄는 내용은 없었다는 평가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미래 산업 지원과 관련해 "첨단 배터리에서 원자력에 이르는 차세대 혁신 기술들은 단순히 미국에서 발명된 것이 아니라 미국 노동자들이 만들어 낸 것"이라며 "모든 미래 산업에 걸쳐 공장 도시를 강화하기 위한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에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래 산업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이 10년간 1000억달러(약 133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익명의 캠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글로벌 최저한세' 협약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해외 소득에 대한 과세로 재원을 충당한다는 것이 해리스 캠프의 구상이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다국적 기업이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에 자회사를 세워 세금을 피하려는 것을 막는 취지로 마련된 협약이다.


기존에 언급한 기회 경제 공약들을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첫 번째 부문인 '생활비 줄이기'에서는 1억명 이상의 중산층이 세금 우대 혜택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가 태어나면 만 1세가 될 때까지 6000달러(약 799만원)의 양육 비용을 지원하고, 영유아 및 노인 돌봄 비용과 간병 비용을 낮춘다는 공약이다.


또 중산층을 위한 300만채의 새 주택 건설·임대를 위해 부동산 개발업자 및 건설업자들과 협력하고, 첫 주택 구입자에게 2만5000달러(약 3300만원)의 계약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식료품 가격 '바가지'를 막는 연방 차원의 입법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기회 경제 두 번째 부문으로 '혁신과 기업가 정신에 대한 투자'를 언급하며 스타트업 세액 공제 혜택을 현재 5000달러에서 5만달러(약 6660만원)로 10배 상향하겠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첫 임기 내에 소규모 사업체 창업 신청 건수가 2500만개에 도달하도록 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산주의자' 비판을 의식한 듯 "나는 자본주의자"라면서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을 믿고, 일관적이고 투명한 규칙이 안정적 기업 환경을 창출함을 믿으며, 미국의 혁신이 갖는 힘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철강의 도시'로 명성을 떨쳤던 피츠버그에서의 연설인 만큼, 노조의 표심을 잡기 위한 발언도 나왔다.

해리스 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에서의 승리가 절실하고, 노조는 지역 내에서 영향력이 막강하다.


해리스 부통령은 "공장 도시를 강화하고, 현지에서 고용하는 기존 공장을 재조정하며 노조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미국 최고의 산업·농업 중심지에서 성장한 사람이 버려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면서 견습 프로그램 확충을 공약했다.

또한 그는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세법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회사의 성공에 따른 혜택을 더 쉽게 나눠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하며,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이 미국의 성공과 번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해리스 부통령의 시각이다.

그는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민간 부문이 자본 이익과 혜택을 바탕으로 노동자들을 끌어올리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MSNBC와의 인터뷰에서는 "우리는 법인세를 높여야 한다"며 "초대형 기업들과 억만장자들이 자기 몫을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재차 법인세 인상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대로 좌초된 포괄적 국경 강화 법안을 집권 시 재추진하고, '바가지' 가격을 책정하는 기업들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본인이 최근에) 직관적으로 배짱 있게 결정한 것(gut decision)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팀 월즈 미네소타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선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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