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경제개혁으로 인기
‘독재의 길’ 걸으며 몰락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향년 86세로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 2007년 12월 페루 리마의 법정에 들어서며 손 흔드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86세.
그의 딸이자 페루 야당(민중권력당·FP) 대표인 케이코 후지모리는 11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제 아버지가 오랜 암 투병 끝에 소천했다”며 “아버지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고 밝혔다.


1938년 일본계 이민자 출신 가정에서 태어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990년 페루 출신 유명 작가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2010년 노벨 문학상 수상)를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임기 초반은 화려했다.

민영화와 부유층 증세를 포함해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해 노력했다.

일본계라는 특성을 이용해 일본 정부에서 거액을 빌려오기도 했다.

그는 일련의 개혁을 통해 경제 안정화를 끌어냈고, 1996년 반정부 게릴라 세력의 페루 주재 일본 대사관 인질극을 해결하는 등 치안 정책에서도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권력이 길어지면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독재자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1992년에 의회를 해산하고, 연임을 위한 개헌을 감행했다.

3선 연임에 성공한 2000년 자신의 재임 중 페루에서 자행된 각종 학살·납치 등 각종 범죄와 비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실이 정치 위기를 맞는다.


결국 일본 국적을 유지해 이중국적자였던 그는 2000년 11월에 사임을 발표하고 일본으로 도주했다.

일본에서 팩스로 사임서를 제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05년 재기를 위해 칠레로 입국한 그는 체포돼 가택 연금됐다.

2007년 페루로 범죄인 인도된 뒤 2009년 징역 25년 형을 받았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정치권에서 사면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면서 지난해에 석방됐다.


AP통신은 “케이코 대표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2026년에 다시 대통령으로 출마할 계획이 있었다고 언급한 적 있다”면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휠체어를 타고 개인 병원을 떠나는 게 마지막 공개 활동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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