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경고장 날아왔다” 월가 전문가들 비관론…식품물가 급락에 고용도 불안

먹구름 짙어진 美경제

은행권 수익성 악화 우려에
고용시장 둔화 전망 쏟아져

8월 근원CPI는 3.2% 상승
기준금리 스몰컷에 무게

미국의 한 구인광고 [사진 = EPA 연합뉴스]
“월가의 미국 경기침체 논의가 본격화됐다.

살얼음판 시장을 주의하라.”
10일(현지시간) 침체 우려에 국제유가와 미국 은행주가 곤두박질치자 월가의 반응은 이같이 요약됐다.

극심한 변동성 속에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평가였다.

특히 다음 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결과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불안정성이 가중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날 시장을 뒤흔든 배경은 미국 은행권 수장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침체 경고를 날린 것이었다.

시장에서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주장해온 침체 우려가 금융권 전체로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 침체와 더불어 은행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 인하기까지 겹쳐 충격이 더 컸다.

부실 위험까지 거론되며 신용 리스크 우려도 제기됐다.


대니얼 핀토 JP모건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날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바클레이스 글로벌 금융서비스 콘퍼런스 행사에서 애널리스트들이 은행의 내년도 비용과 순이자수익에 너무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순이자수익은 대출이자로 벌어들인 돈에서 예금이자로 고객에게 지급한 돈을 뺀 수치로 최근 은행의 핵심 수익원이다.

지난해 미국 4대 은행의 순이자수익은 고금리 덕분에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면서 은행의 수익에도 타격을 입게 됐다.


브라이언 모이니헌 뱅크오브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올 3분기 투자은행(IB) 실적이 전년 동기와 비슷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월가의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 전망을 부추겼다.


미국 메이저 자동차 대출 업체 앨리 파이낸셜의 러스 허치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우리는 많은 차주들이 생활비 충당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냉각된 고용 환경 속에 고전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차주들의 연체율이 올라가면서 우리가 휴지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앨리 파이낸셜은 이날 주가가 17% 폭락했다.


국제 원유시장에선 엇갈린 보고서가 나왔지만 시장은 부정적인 보고서에 흔들렸다.

시장이 불확실성 앞에서 침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3.69% 하락한 배럴당 69.19달러에 마감해 2년 9개월 만에 70달러가 붕괴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날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중국의 성장 둔화 전망 등을 반영해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증가분 전망치를 하루 211만 배럴에서 203만 배럴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EIA는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1억310만 배럴로 종전 전망 대비 20만 배럴 증가하고 세계 원유 공급량은 하루 1억220만 배럴로 종전 전망 2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장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시장은 오는 19일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하 폭에 주목하고 있다.

침체 우려가 확대되는 만큼 빅컷(0.5%포인트 인하)에 대한 기대가 크다.


현재로선 스몰컷(0.25% 포인트 인하) 전망이 우세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0.25% 포인트 인하는 충분하지 않은 만큼 빅컷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사무엘 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개월 뒤에는 고용 둔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면서 “11월 회의까지 2개월 고용지표가 더 나온 뒤에는 큰 폭의 금리 인하를 해야 하는 근거가 압도적으로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기준금리 인하 폭에 영향을 미칠 미국의 온라인 식료품 가격이 지난달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준금리 빅컷 가능성을 더 올리게 된다.


미 소프트웨어업체 어도비의 조사 결과, 미국의 8월 온라인 식료품 가격은 전월 대비 3.7% 하락했다.

이는 어도비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4년 이후 가장 크게 하락한 수준이다.


온라인 식료품 판매는 전체 판매의 12% 정도만 차지하고 오프라인 매장보다 가격 변동 폭이 크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2020년 이후 식료품 가격 급등은 미국 가계에서 팬데믹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운데 가장 고통스러운 부문 가운데 하나였다.


이에 따라 11월 대통령 선거에서도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 취임 이후 식료품 가격이 20% 이상 누적 상승했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선거캠프에서는 식료품 가격 폭리를 막기 위한 조치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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