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팔 옷이 안 팔려요”…사장님들 일기예보 보며 울상짓는 까닭

9월 폭염·열대야 관측사상 최다
추석에도 30도 넘는 더위 지속

백화점 아웃도어 성장률 급감
“무더위에 신상품 구매 미뤄”

9월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11일 부채와 손풍기를 든 외국인들이 경복궁을 관람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를 발령했다.

[사진 = 연합뉴스]

8월에 이어 9월에도 역대급 더위가 이어지면서 가을·겨울 의류와 아웃도어 등을 중심으로 하는 의류판매가 부진의 조짐을 보이는 등 소비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9월 늦더위는 추석연휴까지 이어지고 서울의 경우 19일께부터 낮 최고기온이 30도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11일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올해 9월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지난 10일 기준 2.1일로, 한달중 3분의1만 경과한 시점에서 이미 1973년 이후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폭염일은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을 말한다.

평균 폭염일이 9월에 2개일을 넘어선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9월 전국 폭염일수 순위는 △1위 올해 (2.1일) △2위 2010년(1.3일) △3위 1994년(1.2일)이다.

특히 서울은 폭염일수가 지난 10일까지 3개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는데, 1973년 이후로 9월에 1개일 이상 기록한 적이 올해 말고 없었다.


낮 더위는 물론 밤 더위도 올해 9월이 역대 최악이다.

올해 9월은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가 1.1일로 역대 최다기록을 경신중이다.

올해에 이어 △ 2위 1992년 (0.9일) △3위 1990년(0.7일) 등의 순이다.


9월에도 더위가 물러가지 않는 까닭은 한반도 대기 중상층에 따뜻한 티베트고기압이 자리 잡은 가운데 하층부에는 고온다습한 남동풍이 불어와 기온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동풍이 백두대간을 넘어오면서 뜨거워져 서울 등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연일 폭염이 발생하고 있다.

이날 서울 기온은 한낮에 34.6도까지 올랐다.


한국의 여름은 추세적으로 길어지고 있다.

여름의 지속기간은 △1912~1940년 98일 △1981~2010년 114일 △1991~2020년 118일 등으로 길어졌다.

2011~2020년 여름은 ‘5월 25일~9월 28일’로 사실상 5월과 9월은 이미 기후학적으로 여름에 해당했다.

다만 올해 유독 여름이 가지 않는다고 체감하는 이유는 9월 들어 기후학적 정의에서 기준이 되는 ‘일 평균기온 20도’를 크게 상회하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9월 늦더위는 추석 연휴까지도 지속될 전망이다.

중기예보에 따르면 연휴가 시작되는 오는 14일부터 21일까지 10일간 아침 기온은 17~26도, 낮 기온은 24~33도로 평년(최저 13~20도, 최고 24~28도)보다 높을 것으로 예보됐다.

서울의 경우 19일부터 낮 최고기온이 30도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서울에 ‘9월 폭염경보’가 사상 처음으로 발효된 지난 10일 오후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미세먼지 알림판에 어스름이 내려앉은 시간 임에도 불구하고 31도를 가리키는 기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더위와 관련한 9월 통계가 모두 신기록을 세우면서 백화점 업계엔 의류 판매에 비상이 걸렸다.

아직 가을 초입기라 단정할 순 없지만 가을겨울 의류 매출이 부진할 것 같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특히 바람막이·패딩 등으로 가을겨울 의류 매출을 이끄는 아웃도어가 예년만 못하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최근 2주간(지난달 26일~이달 8일) 아웃도어 매출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6%에 그쳤다.

지난해 매출 성장률인 3.6%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른 상품군과 비교해서보면 패션 상품군의 매출 성장률 둔화가 특히 두드러진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신학기 수요가 반영된 키즈와 스포츠 상품군 매출은 이달(이달 1~10일)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성장했지만, 그 외 여성·남성패션의 매출 성장률은 전년 수준(0%)에 그쳤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역성장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지속되는 무더위로 가을 신상품 구매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데다, 명절 직전에는 소비가 더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며 “추석 이후에 가을 쇼핑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때아닌 9월 무더위에 현대백화점 식당·푸드코트는 특수를 누리기도 한다.

업체엔 식당·푸드코트의 매출 성장은 호재긴 하지만, 저렴한 단가에 주력 매출원이 아닌 곳의 매출을 마냥 반가워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 등 6개 점포의 지난달 1일부터 이달 8일까지 식당가·푸드코트 매출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22.7% 상승했다고 밝혔다.

6개점은 뉴타운을 비롯해 주변으로 대단지를 끼고 있는 이른바 ‘슬세권(슬리퍼+세권)’ 점포다.

무더위를 피해 고객들이 백화점 식당으로 몰려간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백화점은 같은 기간 식음료(F&B)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 치솟기도 했다.


늦어지는 여름은 백화점의 9월 팝업 지형도 바꾸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더현대서울은 지난해 9월 초에는 가을겨울 시즌을 겨냥해 아웃도어 등 패션 브랜드 중심으로 팝업을 운영했다.

반면 올해 9월은 계절을 타지 않는 화장품과 캐릭터 위주의 팝업을 운영한다.

헬로키티 50주년 기념 팝업 등이 대표적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