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출범한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정부가 방만한 공공 재정 운용에 칼을 빼들었다.

더 이상 모든 고령자에게 최소 35만원의 난방비를 주지 않고, 저소득 고령자에게만 난방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공영 BBC방송 등은 일부 저소득층을 제외한 국가연금 수급자의 동계 연료 지원금을 사실상 폐지하는 정부 법안이 하원에서 찬성 348표, 반대 228표로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영국에서는 국가연금 수급자 모두가 소득과 관계없이 겨울마다 난방비를 받았다.

정부는 80세 이상에게 300파운드(약 53만원), 66세 이상~80세 미만에게 200파운드(약 35만원)를 지급했다.


그러나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서 앞으로 기존 난방비 수급자 중 930만명에 대해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지난 회계연도 대비 신청자가 86% 줄어드는 수준이다.

영국 상원 입법조사위원회에 따르면 규정 변경으로 인해 올해 회계연도에는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150만명만 지원금을 신청할 예정이다.

전년에는 1080만명이 난방비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가 예상하는 예산 절감 금액은 15억파운드(약 2조6000억원)다.


정부가 정책을 발표한 이후 야당 보수당은 물론 여당 노동당 일각, 노동조합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레이철 매스컬 노동당 의원은 "추운 집 안 환경은 심장마비, 폐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공중보건 측면에서 주택 난방에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최대 노조 가운데 하나인 공공상업서비스노조(PCS)의 프랜 히스코트 사무총장은 "이대로라면 겨울 연료 지원뿐 아니라 사회보장제도 전반에 변화가 있을 예정"이라며 "이는 반발을 사고 쟁의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타머 총리,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 등 고위 각료는 전임 보수당 정부 때문에 구멍이 난 공공재정을 복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표결 전 노동조합회의(TUC) 연례 대의원대회에서 연설을 통해 "노동자의 돈을 가지고 무모해지지는 않겠다"며 "우리는 쉬운 답이라는 가짜 약은 거부한다"고 말했다.


영국 총리가 TUC 연례 대의원대회에서 연설한 건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TUC는 영국 노동자 550만명 이상이 가입한 48개 노조 연맹으로 노동당 창당에 기여한 조직이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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