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경기 침체 논의가 본격화됐다.

살얼음판 시장을 주의하라."
10일(현지시간) 경기 침체 우려에 국제 유가와 미국 은행주가 곤두박질치자 월가의 반응은 이처럼 요약됐다.

극심한 변동성 속에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평가였다.

특히 다음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결과가 시장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불안정성이 가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은행권 수장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침체 경고를 날린 것이 이날 시장을 뒤흔든 배경이다.

시장에서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주장해온 침체 우려가 금융권 전체로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다.


대니얼 핀토 JP모건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바클레이스 글로벌 금융 서비스 콘퍼런스 행사에서 애널리스트들이 은행의 내년도 비용과 순이자수익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 4대 은행의 순이자수익은 고금리 덕분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면서 은행 수익도 타격을 입게 됐다.


브라이언 모이니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3분기 투자은행(IB) 실적이 전년 동기와 비슷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는 월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 전망을 부추겼다.


국제 원유 시장에서는 엇갈린 보고서가 나왔지만 시장은 부정적인 보고서에 흔들렸다.

시장이 불확실성 앞에서 침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3.69% 하락한 배럴당 69.19달러에 마감해 2년9개월 만에 70달러가 붕괴됐다.


미국 식료품 가격도 지난달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8월 온라인 식료품 가격은 전월 대비 3.7% 하락했다.

이는 어도비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4년 이후 가장 크게 떨어진 수준이다.


한편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시장 예상에 대체적으로 부합하는 가운데 하강했다.

이에 따라 오는 19일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는 빅컷(0.5%포인트 인하)보다는 스몰컷(0.25%포인트 인하)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 노동부는 11일(현지시간)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 전망치(2.6%)보다는 하회하지만 블룸버그 전망치(2.5%)와는 일치한다.

전월(2.9%)에 비하면 0.4%포인트 하락해 2021년 2월 이후 3년반 만에 가장 낮았다.

연준이 목표하는 2%에 근접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CPI는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해 예상 및 전월과 일치했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음료를 제외한 근원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해 이 역시 예상 및 전월과 일치했다.


근원CPI는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했다.

이는 전월(0.2%)보다는 소폭 상회한 수준이다.

근원CPI가 전월 대비 상승한 것은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8월 CPI 결과 연준이 다음주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겠지만 인하폭은 스몰컷이 유력한 것으로 보았다.

CPI가 시장 예상대로 안정적인 하강 추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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