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계의 큰 행사인 국제아트페어 '프리즈·키아프 서울'이 지난 8일 키아프 폐막으로 끝났지만 유통가에선 예술 마케팅이 이제 막 불붙고 있다.

주요 백화점은 국내외 예술 애호가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전시를 진행하고, 특급호텔은 로비 군데군데에 유명 작가의 작품을 설치했다.

편의점은 자체브랜드(PB) 와인 라벨에 예술작품을 그려 넣었다.

'아트슈머(Art+Consumer)' 중 2030 젊은 고객과 큰손을 잡아 집객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다.


먼저 롯데백화점은 서울 송파구 잠실점 에비뉴엘 6층 아트홀에서 아티스트 갈리나 먼로의 국내 첫 개인전을 오는 11월 3일까지 연다.

갈리나 먼로는 영국 노퍽에 기반을 둔 프랑스계 영국인 아티스트다.

여성과 꽃을 주된 소재로 활용하는 작가로 알려졌다.


이달 6일부터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랍스터 원더랜드'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 출신의 팝 아티스트인 필립 콜버트와 협업해 석촌호수 동호에 약 16m 높이의 대형 랍스터 풍선 '플로팅 랍스터 킹'을 띄운 것이다.

롯데월드몰 2층 넥스트 뮤지엄에서는 다음달 13일까지 필립 콜버트의 전시도 진행한다.


추석 선물에도 예술작품을 담았다.

롯데백화점은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 작가 대표작인 '우주'를 라벨에 담은 와인을 최근 선보였다.

김 작가의 작품이 와인 라벨에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주는 2019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한국 미술품 역사상 최고가인 132억원에 낙찰된 작품이다.


신세계백화점은 11월까지 청담동 분더샵 지하 1층 신세계갤러리에서 미국 작가 스털링 루비의 개인전을 연다.

'먼지 덮인 계단 위 쉬고 있는 정원사'를 주제로 4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전시 기간 1층에서는 스털링 루비의 패션 레이블 액세서리도 선보인다.


1963년 국내 백화점 업계 최초로 미술 갤러리를 선보인 신세계는 아트 마케팅에 특히 진심이다.

지난해 프리즈 개최 기간, 청담동에 신세계갤러리를 개관한 바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올해는 프리즈 서울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스털링 루비와 같은 세계적인 작가의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백화점 갤러리이기에 가능한 다양한 콘텐츠를 고객들에게 소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지난 1일 선보인 '앙리 마티스 트리벤토 재즈'.


현대백화점은 부산 동구에 백화점·아웃렛·미술관을 결합한 신개념 유통 시설 '커넥트현대'를 최근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1층과 2층을 관통하는 5m 높이 예술 작품 '더 비저너리'는 커넥트현대의 상징이다.

더 비저너리는 21세기의 가우디로 불리는 스페인 산업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이 디자인한 상상 속 동물 조각이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13일 천호점에 아트앤에디션 갤러리 카페의 문을 열고 세계적인 팝아트 작가 데이비드 거슈타인의 작품 등을 판매할 예정이다.


서울 신라호텔은 프리즈 서울의 파트너 호텔로서 로비, 아케이드, 야외 수영장 등 호텔 전역에서 이배, 박선기, 박서보 작가 등의 다양한 전시를 개최해 호텔 전체가 예술품으로 거듭나게끔 했다.


전시는 로비에서부터 시작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은하수를 형상화한 박선기 작가의 '조합체' 작품과 어우러지는 작품을 로비 곳곳에 추가 설치했다.

블랙을 기본으로 새로 단장한 로비의 작품들은 지난해 전시한 이배 작가의 '붓질' 시리즈와 조화를 이뤄 로비 공간을 하나의 작품처럼 보이도록 했다.

지하 1층 아케이드에서는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했던 박서보 작가의 묘법(그린 것처럼 긋는 방법)이 인상적인 작품 2점을 전시했다.

야외 수영장인 어번 아일랜드에서는 갤러리 스탠과의 협업을 통해 온·오프라인 경계 없는 예술 영역을 보여주고 있는 마우즈 작가의 그래피티 작품이 전시된다.


면세점도 아트 마케팅에 동참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자체 캐릭터 폴앤바니와 함께 박서보 화백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기 위해 24일까지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교통센터 1층에서 '박서보 화백×폴앤바니' 예술 공간을 운영한다.


폴앤바니는 박서보 화백의 'Ecriture 130119'을 직접 그리는 예술적인 성향을 보여주며 재미를 더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배우 박보검이 오디오 해설사로 참여한다.

박보검의 목소리로 박서보의 70년 미술 세계에 대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아트슈머를 공략하고자 지난 1일 '앙리 마티스 트리벤토 재즈'를 출시했다.

앙리 마티스 와인 시리즈가 누적 판매량 60만병을 기록하며 스테디셀러 상품으로 자리매김하자 새로운 시리즈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3년 만에 다시 배우 하정우와 손잡고 일부 점포에 아트 와인 '콜 미 레이터 바이 러시안 잭 소비뇽 블랑'을 선보이기도 했다.

해당 와인은 오는 14일부터 전국 세븐일레븐 점포에서 판매된다.


앞서 지난달에는 스테디셀러 PB 상품인 '세븐셀렉트 컵커피'를 국내 그래피티 디자이너 범민과 손잡고 '세븐셀렉트 헬로맨 컵커피'로 재탄생시키기도 했다.

회사는 총 6종(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초코라떼, 바닐라라떼, 카라멜마끼야또, 카페라떼제로슈거)의 상품을 출시했다.

6가지 상품엔 각각 다른 디자인의 헬로맨의 모습이 담겼다.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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