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를 석유강국 만들었다”…40년전 씨앗 뿌린 이 남자

80년 유공 인수당시
종합에너지社 비전

“한두번 실패했다고
중단하면 성과없어”

도전정신 계승 SK
올해 말레이서 쾌거

최종현 선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1981년 초 내한한 야마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오른쪽에서 두번째)과 담소를 나누는 장면. 최종현 선대회장은 제 2차 석유파동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외교’를 통해 우리나라의 원유공급 문제를 해결했다.

1980년 11월,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은 당시 유공(현 SK이노베이션)을 인수한 뒤 유공 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석유를 뛰어넘는 ‘종합에너지기업’ 비전을 설계하면서 “유공을 정유회사로만 운영할 게 아니라 가스, 전기, 에너지축적배터리, 원자력, 태양에너지 등을 포함하는 종합에너지회사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현의 꿈은 올해 11월 출범하는 통합 SK이노베이션으로 현실화된다.

이 회사는 석유부터 화학, 배터리, 액화천연가스(LNG), 재생에너지, 발전까지 광범위한 에너지 사업을 다룬다.


최 선대회장의 기업가정신이 만들어 낸 대표적 성과는 자원개발을 통한 경제영토 확장이다.

그는 아프리카 유전개발에 실패한 직후 “석유개발은 한 두 해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한두 번 실패했다고 중단하면 아무 성과가 없다”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SK는 1984년 7월, 예멘 마리브 유전에서 석유를 발견했다는 낭보를 전했다.

추정 매장량은 10억배럴. 이어 1987년 12월부터 하루 15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최 선대회장은 기쁨에 취하는 대신 10년 후를 내다보고 다시 자원개발에 나섰다.


이후 석유개발은 실패를 거듭했다.

1989년 미얀마에서 5600만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석유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최종현은 흔들림이 없었다.

최 선대회장은 “비록 미얀마 사업이 실패하긴 했지만 실망하지 말라”면서 “앞으로 10년간 또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유공은 1994년 이집트 북자파라나광구에서 원유생산에 돌입했고, 그 해 호주 토가라 지역 탄광에서 유연탄 7억7000만톤을 개발했다.

이는 한국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사상 최대 규모였다.


최 선대회장의 도전은 동남아의 새로운 기회로 연결되고 있다.

8일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어스온은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해상에 있는 ‘케타푸 광구’의 운영권과 지분 85%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개발 타당성 검증과 개발 단계를 거쳐 2031년부터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광구는 지난해부터 생산에 돌입한 남중국해 광구보다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1983년 자원개발 사업에 진출한 이후 8개국 10개 광구, 3개 LNG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최 선대회장의 자원개발 집념 덕분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