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반성문' 내놨지만…경영실패 책임은 '함구'

영풍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태로 '반성문'을 내놨지만, 업계에서는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두 대표가 이례적으로 수사 과정에서 구속된 데 따른 입장문을 내놨지만 그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최근 박영민·배상윤 영풍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으로 구속된 것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놨습니다.

영풍은 입장문에서 경영정상화를 위해 직무대행임원을 선임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올해 초 안전보건혁신 10대 과제를 수립해 추진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문에는 그 동안 영풍이 반복적으로 언급해 왔지만 지키지 않았던 약속들을 재탕해 담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기업의 실질적인 주인인 장형진 고문 등 장씨 일가는 쏙 빠졌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입장문을 통해 지역 경제와 국가 산업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지만, 영풍이 보유한 4조 원 규모의 자산은 그대로 두고 협력업체와 인력 구조조정을 우선으로 추진하고 있어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업계에 따르면 영풍 석포제련소는 최근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1공장을 중심으로 지난달부터 하청업체와 협력업체 직원들을 해고하며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직원들이 나간 자리에는 영풍 본사 직원들을 전환 배치했지만, 업무 강도와 위험도가 높아지면서 직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고, 직원 감축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반발 현수막까지 걸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규모가 4조 원이 훌쩍 넘는다는 점과 오너 장씨 일가가 보유 현금을 고려아연 지분을 사 모으는 데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 내부적으로 공론화되면서 직원들의 반발로 거세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환경단체와 주민건강공동대책위는 "그동안 지키지 않았던 약속을 재탕한 수준에 불과한데다 영풍의 실질적인 주인인 오너 일가는 빠진 채 말만 '임직원'을 앞세운 졸속 입장문을 내놨다"고 지적했습니다.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는 영풍은 최근 환경오염 문제와 사망 사고 등으로 공장 가동률이 지속해 낮아지고, 동업자였던 고려아연과의 결별로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된 상황입니다.

이 지역 시민단체인 '영풍석포제련소 주변환경오염 및 주민건강공동대책위' 관계자는 "하청업체와 협력업체 직원을 먼저 정리하고, 이후 석포제련소 소속 직원들의 부담을 높여 10~20% 정도의 인력을 줄이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직원들의 동요가 커지면서 이런 움직임을 비판하는 현수막까지 걸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그 동안 공장 인근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준다는 명목을 앞세워 잦은 사고에도 정부 당국과 정치권의 비호를 받아왔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사망 사고로 인한 대표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경영 체제가 붕괴하고, 설상가상으로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지역 여론도 급격히 안 좋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 동안 영풍 석포제련소가 목숨 같은 일터라며 감싸고 돌던 노동조합마저 등을 돌린 상황.

대구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그 동안 석포제련소에서는 영풍 장씨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빠지고 전문경영인을 앞세워 왔는데, 갈수록 경영 실적이 악화하고 사고가 빈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또다시 월급쟁이 사장을 앉힐 게 아니라 이제는 오너가 직접 나서서 대대적인 투자 등을 통한 근본적인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이나연 기자 / nayeo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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