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내려도 문제, 올려도 문제…한국은행 금리 인하시점 ‘딜레마’

【 앵커멘트 】
전 세계적인 긴축 종료 움직임 속에 미 연방준비제도의 9월 금리인하 역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입니다.
국내에서는 자연스럽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시점으로 시선이 이동하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 보도국 취재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정호 기자 안녕하세요.

【 기자 】
네 안녕하십니까.

【 앵커멘트 】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이 지난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9월 금리인하에 대한 강력한 암시를 줬습니다.
다음달 연준의 금리 인하는 정해진거나 다름 없다고 봐야할까요.


【 기자 】
그렇습니다.

파월 의장은 "정책이 조정될 때가 왔으며, 그 방향은 분명하다"는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까지 써가면서 시장에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을 부여했는데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오는 9월 연준의 금리인하 확률을 100%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각종 지표가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는데다, 일각에서는 8월 초 글로벌 증시의 급락이 연준을 깜짝 놀라게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결국 현 시점에서 논점은 '인하여부'가 아닌 '인하폭'이 될텐데, 0.25%p와 0.5%p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합니다.

금리를 0.5%p 인하하는 '빅 컷' 가능성은 34.5% 내외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 앵커멘트 】
그렇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시점에 관심이 가기 마련일텐데요.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시점을 언제로 내다보고 있나요?
이번 8월 금통위에서 또 동결 결정을 내렸는데 말이죠.

【 기자 】
네 한국은행 금통위는 이번 8월 또 기준 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13회 연속 동결로, 역대최장기간 동결 결정이 됐습니다.

결국 한국은행은 9월 연준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따라서 금융시장은 9월 연준이 금리인하 결정을 내리고 난 이후인, 10~11월 금통위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 앵커멘트 】
그런데 지난 수 년간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렸는데도, 한국은행은 그 인상폭을 똑같이 따라가지 않았었잖아요.
때문에 지금 금리 역전현상이 생긴 걸 감안한다면,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한국은행이 그 속도를 똑같이 따라가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 기자 】
맞습니다.

팬데믹 이후에 연준이 수차례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와중에도, 한국은행은 연준의 금리 인상속도보다 낮은 속도를 유지해왔었죠.

그 결과 2022년 7월에 한미 금리가 역전됐고, 2023년 7월엔 역대 최대 격차인 2%p 까지 벌어진 상태로 1년째 지속중입니다.

과거를 돌아봤을 때 한미 기준금리격차는 한국이 0.5%p 가량 높은 게 '정상'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미국이 2%p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은이 기준금리를 이른바 '정상' 범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에 비해 느린 속도로 추종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전문가 인터뷰 들어보시죠.

▶ 인터뷰(☎) : 황세운 /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연준보다는 인하속도를 느리게 가져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기준금리 역전 폭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겠죠. '빅컷'을 따라갈 가능성은…설령 (연준이) 빅컷을 단행한다하더라도 한국은행이 동일한 수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낮아보이고, 그럴 필요성도 높아보이지 않습니다."


【 앵커멘트 】
미국의 9월 인하가 확실시 되고 있는 가운데, 먼저 움직인 중앙은행들도 있군요.
몇몇 국가의 중앙은행은 이미 금리를 먼저 내리기도 했다고요?

【 기자 】
네 유럽, 영국, 캐나다 등이 이미 금리를 내리면서 앞서나갔고요, 전 세계적인 움직임에 한국은행도 서서히 금리 인하 압박에 놓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를 선뜻 내리기에도, 동결하기에도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일단 금리 인하 결정의 최대 걸림돌은 '부동산 가격'입니다.

한국은행에서는 간신히 진정시킨 수도권 집값이 다시 뛸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창용 총재의 발언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창용 / 한국은행 총재
- "지금 현재 금통위원들은 "한국은행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서 부동산 가격상승 심리를 부추기는 식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


【 앵커멘트 】
낮아진 금리에 부동산으로 돈이 쏠리면서 가계부채 문제가 다시 부각되는 상황을 막겠다는 것이군요.
그런데 그렇다고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잖아요.
내수부진이 오래 지속되고 있는데, 고금리 상황이 많이 부담되지 않을까요.


【 기자 】
맞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달 내놓은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수출 증가세가 지속됐지만, 내수는 미약한 수준에 그치며 경기 개선을 제약하는 모습"이라고 8월 우리 경제를 평가했습니다.

지난 6월과 7월보다 내수경기를 좀 더 부정적인 어조로 평가한 겁니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침체가 누적되고 있어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해외 중앙은행들의 긴축종료 시그널로 인해,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물가 상승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 앵커멘트 】
한국은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는데, 정치권에서 압박까지 들어오고 있아 속앓이중이라고요.

【 기자 】
네, 8월 금통위 이후에 13차례 연속 금리 동결이 결정되자, 대통령실에서 이례적으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권한이지만 내수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전한건데요.

여당 일각에서도 직접적으로 '유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야당에서는 "대통령실과 여당이 동시에 한국은행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에 대해서 "지금은 어느 측면을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그런 견해들을 다 취합하고 내부에서 토론을 통해 결정한다"고 곧바로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 앵커멘트 】
그렇군요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보도국 이정호 기자였습니다.

[ 이정호 기자 / lee.jeongho@mktv.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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