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는 시간을 갖고 금리 인하 폭 등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부동산 가격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안은 지금 막지 않으면 더 위험하기 때문에 동결을 결정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자신을 포함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기준금리 동결(3.50%)을 결정한 주요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민간소비·투자 등 내수 부진은 금리 인하 시점이 좀 더 늦춰지더라도 이후 어느 정도 해결할 자신이 있지만, 최근 뛰는 집값과 가계대출은 당장 막아야 할 시급한 과제인 만큼 금리를 묶고 통화 긴축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입니다.

바꿔 말하면 결국 앞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나 폭은 전적으로 부동산·금융 시장이 얼마나 빨리 안정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에서는 현재 10월 인하설이 유력하지만, 두 달 안에 집값·가계대출 급등세가 뚜렷하게 잡히지 않으면 피벗(통화정책 전환)은 11월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작심한 듯 부동산과 가계부채 현황을 우려하고 위험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쏟아냈습니다.

그는 "서울 등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이 통화정책의 수량적 목표가 될 수 없다"면서도 "한국경제 전체로 볼 때 부동산 가격이 소득과 비교해 너무 오르면 버블(거품)이 꺼지는 걱정뿐 아니라 자원배분 측면에서도 부동산에 대출 등으로 돈이 몰렸다가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부동산 경기를 살려야 하는 이런 고리를 끊어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된다"고도 했습니다.

실제로 수도권 주택 가격이나 가계대출 관련 지표들은 기준금리를 낮추기도 전에 이미 최근 위험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는 6월보다 0.76% 올랐습니다.

2019년 12월(0.86%)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입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10월에도 가계부채·부동산·환율 여건이 좋지 않을 경우, 한은은 11월 이후로 인하 시점을 미룰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아직 한은의 경기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은 점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말했습니다.

[ 길금희 기자 / golde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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