뤄야둥 미국 마이애미대 교수(오른쪽)와 송재용 서울대 교수가 12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제84회 전미경영학회 연례회의장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시카고 윤원섭 특파원


국제경영학계 석학인 뤄야둥 미국 마이애미대 교수가 지정학 리스크 대응 전략으로 '루트 변경(rerouting·공급, 물류, 생산 등의 경로 전환)'을 제시했다.

미·중 갈등 속 한국은 중립적 제3국과 양측 진영을 아우르는 무역투자협정을 지렛대 삼을 것을 제안했다.


뤄 교수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제84회 전미경영학회(AOM) 연례회의장에서 송재용 서울대 교수(전 AOM 국제경영분과 회장)와 대담하고 이같이 밝혔다.

뤄 교수는 전날 AOM 연례회의에서 제3회 현대자동차 우수 국제경영학자상을 받았다.

뤄 교수는 "국제 경제의 패러다임이 공개 무역과 다자주의에서 보호무역주의 등 민족주의적 개입주의로 전환됐다"고 진단하고 지정학 리스크, 공급망 문제 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그는 지정학 리스크에 대한 '지(地)전략'으로 글로벌 '루트 변경'을 제안하고 "글로벌 가치망, 프렌드-쇼어링(우방국으로의 이전), 리쇼어링(국내로 이전) 등의 공급, 물류, 생산 등 전 부문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뤄 교수는 미국에서 크게 부상한 리쇼어링만이 지정학 리스크의 만능 대응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리쇼어링은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와 안보 취약성을 낮추지만 역설적으로 국가 간 기업활동에 리스크를 더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미·중 갈등 속 한국의 전략을 물어보자 뤄 교수는 오히려 기회를 찾을 것을 제안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멕시코와 같은 전략적이고 지정학적으로 중립적인 나라에 투자할 수 있다"면서 "미·중 양측 진영을 아우르는 양자 혹은 지역 무역투자협정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뤄 교수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기존 한국 기업의 보조금 혜택이 크게 영향받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기업은 트럼프가 선호하기 때문에 보조금 정책이 유지되는 한 보호무역주의 혜택을 계속 누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 대한 조언으로는 '대체 기회'를 노릴 것을 제안했다.

뤄 교수는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부문에서 중국의 경쟁 회사들은 서구 시장 진입이 제한되거나 금지되고 대만의 안보 불안이 가중되면서 한국에 대한 대안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카고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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