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상속세 25년만에 대수술…국회 '부자감세 논란' 예고

【 앵커멘트 】
정부의 내년도 세법 개정안이 나왔습니다.
개정안에는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한 대규모 감세 조치가 담겼는데요.
보도국 취재기자와 어제(25일)에 이어 세법 개정안의 자세한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고진경 기자, 어서오세요.

【 기자 】
안녕하세요.

【 앵커멘트 】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역시 상속세 개편일 것 같습니다.
예상대로 대대적인 손질이 이뤄졌죠?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상속세의 자녀공제금액이 1인당 5천만 원에서 5억 원으로 10배 늘어난 겁니다.

상속세 최고세율도 50%에서 40%로 내려가는데요.

상속세 최고세율이 인하되는 건 25년 만으로, 현행 세율은 일본에 이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정부는 또 세율 10%가 적용되는 하위 과표 구간을 1억 원 이하에서 2억 원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배우자와 자녀 두 명이 있는 경우 17억 원까지는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배우자 없이 자녀만 1명이면 7억 원, 자녀만 2명이면 12억 원까지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정부가 상속세 최고세율과 과표 구간을 조정한 건 과거 '부자들의 세금'이라고 여겨지던 상속세 부담이 점점 중산층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인데요.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피상속인 중 과세 대상자 비율은 6.82%로 역대 최대였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상속세 조정으로 약 8만3천명이 2조3천억 원어치의 감세 혜택을 누릴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 앵커멘트 】
상속세와 함께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여부도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번 개정안에 어떻게 반영됐나요?

【 기자 】
우선 종부세와 관련해서는 여야 모두에서개편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번 세법 개정안에는 담기지 않았습니다.

종부세는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해 막바지 논의 과정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기에는 종부세를 완화하면 하반기 금리 인하와 함께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기업들의 상속세 부담도 크게 줄었는데요.

최대주주의 보유주식을 상속·증여할 시 주식 가치를 20% 높여 평가하는 '최대주주 주식할증평가'는 재계의 요구대로 폐지됐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의 세부담도 완화됩니다.

내년 1월 도입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는 전면 폐지하고,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세제 지원을 확대하기로 한 건데요.

가상자산 소득의 250만 원 초과 부분에 대해 부과하는 20%의 소득세도 내년 1월이 아닌 오는 2027년부터 걷기로 했습니다.


【 앵커멘트 】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도 이번 개정안에 담겼죠.

【 기자 】
네, 정부는 주주환원을 확대한 상장사에 대해 내년부터 3년 간 법인세 세액을 공제해주기로 했습니다.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기업 중 주주환원 금액이 직전 3년 대비 5% 증가한 기업이 대상인데요.

초과액의 5%만큼을 총주주환원 금액의 1% 한도 내에서 공제해줍니다.

밸류업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의 세금도 깎아주는데요.

2026년부터 2028년 말까지 밸류업 기업 투자자의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해 세율이 낮아지게 했습니다.

예를 들어 투자자 A씨가 3천600만 원의 배당소득을 벌었다면 소득세가 기존 504만 원에서 450만 원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 앵커멘트 】
내년도 세법개정안의 초점이 전체적으로 세부담 완화에 맞춰진 만큼 세수 감소가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세수 확보 전망은 어떻습니까?

【 기자 】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인해 향후 5년 간 약 4조4천억 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전년도 개편안보다 감세 규모가 크게 늘어난 건데요.

당장 내년에만 올해 대비 세수가 6천억 원 넘게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펑크가 유력한 상황이어서 정부의 재정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인데요.

정부는 내년 이후부터 기업 실적이 좋아져 전반적인 세입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관련 인터뷰 영상 함께 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최상목 /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올해 국세 수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년 이후는 수출 증가에 따른 기업 실적 호조가 예상되며, 투자와 소비 촉진을 위해 그간 추진해 왔던 정책의 효과가 나타난다면 전반적으로 세입 여건이 개선될 것…"


【 앵커멘트 】
이번 세법개정안에 대한 경제계와 시민단체의 반응은 어떤가요.

【 기자 】
경제계는 기업 투자 활성화와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히 상속세제의 전면적인 개편으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평가했습니다.

▶ 인터뷰(☎) : 박용민 / 한경협 경제조사팀장
-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금리, 고물가 등 대내외 악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번 정부의 세법 개정안은 위축된 민간 경제 활력 제고와 저성장 극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25년 만의 상속세 세제 개편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되고요."

시민단체들은 정반대의 입장인데요.

참여연대는 이번 세법개정안이 대기업의 세부담을 완화시켜주기 위한 법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기업의 세부담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지 확실하지 않은데다, 대규모 세수 감소로 재정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 인터뷰(☎) : 김은정 /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 "(이번 세법 개정안이) 기업과 대주주, 슈퍼 부자에 집중한 방안이라고 보고 있어요. 세수 결손 조기 경보를 발령하고도 추가적인 부자 감세를 추진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재정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고, 여러 위기 상황에서 민생은 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 앵커멘트 】
경제계와 시민단체의 대립 만큼이나 여야 간 갈등도 첨예한 상황입니다.
이번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무사히 통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이번 개정안에는 상속세 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할증폐지, 법인세 완화, 금투세 폐지 등 여야 간 이견이 큰 내용들이 많습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데요.

더불어민주당이 이들 개정안을 '부자 감세'로 규정하며 반대하고 있어 원안 그대로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번 세법 개정안은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입니다.

【 앵커멘트 】
대규모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있겠네요.
지금까지 내년도 세법개정안과 관련해 알아봤습니다.

[ 고진경 기자 / jkkoh@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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