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면서 정치 관련주들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눈길이 가는 종목들은 '트럼프+밴스' 효과에 편승한 주식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피습이라는 극적인 사건에 흙수저 출신 부통령 후보 J D 밴스의 '상품성'까지 겹치면서 이들과 관련한 주식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의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시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에 이어 그의 러닝메이트(J D 밴스 부통령 후보) 수혜주도 찾기 시작했다"며 "주식시장 '머니 무브'의 속도가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말했다.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의 등장으로 미국 대선이 또 한 차례 요동치면서 '트럼프+밴스'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주목된다.


증시에선 '트럼프+밴스' 공화당 사단이 빅테크에 부정적 요소로 판단 중이다.

월가는 최근 트럼프 후보가 대만 TSMC 등에 지급하는 반도체 보조금을 문제삼는 발언을 하면서 반도체 업종 향후 예상 실적이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반도체 설계 등에 투자하는 다른 빅테크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밴스 후보 역시 트럼프의 반독점 관련 빅테크 규제에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반(反)구글' 회사인 럼블에도 투자 중이다.



상승세 탄 트럼프·밴스 수혜주
트럼프 수혜 업종은 밴스 후보 지명 이후 힘을 받고 있다.


트럼프 수혜 업종으로는 방산·에너지·금융 등 3대 업종이 꼽힌다.

방산 대장주인 록히드마틴이 강세를 보이고 금융 규제 완화를 약속한 트럼프와 밴스 후보의 약속에 따라 미국 은행 등 금융사 주가가 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트럼프와 밴스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녹색 사기'라는 입장이어서 에너지 주식들은 반대급부의 수혜를 받고 있다.

최근 이틀새(24·25일) 미국 에너지 2대장인 엑슨모빌과 셰브론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향후 핫머니는 밴스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의도 증권사 관계자는 "트럼프 후보의 수혜주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고, '황금비율' 포트폴리오를 자랑하는 밴스 부통령 후보의 보유 주식이나 관련주로 돈이 쏠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월가도 트럼프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시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들 주가가 뛰는 '트럼프 트레이드'에 이어 '밴스 트레이드'로 빠르게 태세 전환에 나섰다.


밴스 부통령 후보가 보유한 럼블(주식명 RUM)과 월마트(WMT)를 비롯해 그의 든든한 정치적·재정적 후원자(피터 틸)가 창업한 방위산업 관련 회사 '팰런티어(PLTR)'가 관심 종목으로 급부상 중이다.

팰런티어는 군사용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인공지능(AI) 수혜까지 받으면서 '서학개미'가 보유한 국외 주식 서열 21위에 올라 있는 인기 주식이기도 하다.

안정적인 투자자라면 밴스 후보처럼 미국 주요 지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의견이 있다.


또 밴스 후보 스스로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도 관심을 끌고 있다.

여의도의 한 애널리스트는 "서학개미라면 밴스 후보의 포트폴리오를 모방할 필요가 있다"며 "개별 주식도 있지만 다우·나스닥·S&P500에 주로 투자해 미국 경제 성장에 베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팰런티어, 서학개미들은 이미 알고 있었나
팰런티어가 '밴스 수혜주'로 묶인 것은 그와 피터 틸의 관계 때문이다.

억만장자로 알려진 틸은 팰런티어를 비롯해 결제서비스 회사 '페이팔' 등의 창업자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저명 인사다.

그는 밴스 후보가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에 도전했을 때 1000만달러를 선뜻 기부하면서 공식적인 밴스의 후원자가 됐다.


팰런티어는 2004년 9월에 설립됐고, 2005년에 CIA로부터 2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아 본격적으로 성장한다.

당연히 첫 고객은 미국 CIA였고, '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라덴을 2011년 5월 사살하는 데 팰런티어의 소프트웨어가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매출처를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부(DHS) 등 정부기관으로 넓힐 수 있었다.

2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팰런티어의 올해 예상 매출은 27억190만달러다.

이는 작년(22억2500만달러)보다 21.4% 늘어난 수치다.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나면서 이 같은 전망치에 힘을 실어줬다.


더 고무적인 수치는 순이익이다.

각종 투자가 집중되며 2022년 2억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했던 팰런티어는 2023년 순이익이 2억2020만달러로 'V'자 반등에 성공한다.

2024년의 경우 투자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실적이 쌓이면서 7억9430만달러의 사상 최고 순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월가는 팰런티어의 순익이 1년 새 3.6배나 급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배당 등 주주 환원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원래 팰런티어는 배당도 주지 않고 자사주 매입도 없어 일반 주주에게 친화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팰런티어는 작년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10억달러 규모의 사상 첫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이미지를 180도 바꿨다.

올해도 순익이 증가하게 되면 이 같은 자사주 매입·소각이 계속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서학개미들은 팰런티어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의 팰런티어 보관 금액은 6억6255만달러(19일 현재)다.


개별 주식과 ETF를 포함해 전체 국외 주식 기준으로는 21번째 투자 금액이다.

미국 개별 주식 서열로 좁혀보면 13번째로 인기 있는 주식이다.




밴스 부통령의 넘버원 보유 주식 '럼블'
팰런티어가 서학개미들에게 유명한 주식이라면 '럼블'은 이제 뜨는 상장사다.

주가는 빠르고 정직했다.

지난 15일 럼블 주가는 하루 새 무려 20.7% 폭등했다.

이날 트럼프 후보가 11월 대선의 러닝메이트로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을 지명했기 때문이다.

럼블은 밴스 부통령 후보가 보유한 개별 주식 중 가장 많이 투자한 회사다.


밴스 후보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그가 작년 10월에 제출한 재산 현황(미국 상원의원 재정공시 자료)으로 알 수 있다.

그의 자산은 현금과 금, 미국 주요 주가지수 추종 ETF와 개별 주식은 물론 비트코인까지 보유하고 있어 '잘 분산된 황금비율 포트폴리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흙수저' 출신인 그이지만 벤처캐피털 경력 등으로 투자에 눈을 뜨면서 이 같은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분석이다.


주식 포트폴리오에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를 추종하는 DIA ETF, S&P500지수를 따르는 SPY, 나스닥 추종 ETF QQQ를 각각 50만~100만달러 보유하고 있다.

비중은 각각 24%다.


주식 중에선 럼블이 전체의 6%를 차지하며 개별 주식 기준 1등 보유주다.

럼블은 스트리밍 비디오 플랫폼 회사로, 보수 성향의 사용자들에게 주로 인기가 있다.

이런 성향 덕분에 트럼프 수혜주로도 분류된다.

월가에선 럼블이 유튜브 등을 보유한 빅테크 구글과 대척점에 있다고 본다.

유튜브가 자체 검열을 통해 '딱지'를 붙이고 있지만 럼블은 이 같은 검열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자유 언론'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최근 주가 흐름도 구글이 조정받고 있는 반면 럼블은 상승세다.


럼블이 뜨는 이유는 이 같은 빅테크 대체재로서의 비전과 클라우드 신사업 발표, 중국의 짧은 동영상 업체 '틱톡' 인수 의지 등이 꼽힌다.


문제는 이 같은 다양한 사업을 벌이기엔 럼블의 보유 현금이 부족하다는 것. 블룸버그 역시 "틱톡의 미국 사업 가치는 최소 400억달러에 달하는데 럼블은 보유 현금이 2억6700만달러에 그쳐 현실성이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럼블은 작년에 순익 기준 1억1700만달러의 적자를 냈고, 올해도 1억1400만달러의 적자가 예상된다.


그러나 럼블 경영진은 2025년이면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올해 매출은 9690만달러로 사상 첫 1억달러 매출을 정조준 중이다.



밴스 사로잡은 월마트의 매력은
밴스 후보가 이제 고작 연간 1억달러 매출을 노리는 럼블을 보유하면서 전 세계 상장사 중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월마트 주식을 갖고 있는 것도 이채롭다.

럼블의 실적 예상치는 월가 전문가들조차 평가가 엇갈리지만 월마트의 경우 가장 예측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정반대다.

'양극단'의 주식을 보유해 투자 리스크를 낮추고 있는 셈이다.

밴스의 월마트 보유 주식 금액은 최소 5만~10만달러이며 비중은 2%다.

월마트의 올해 예상 매출은 무려 6767억65만달러로, 2023년(6481억2500만달러) 대비 4.4%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순이익은 같은 기간 179억7000만달러에서 197억3390만달러로 9.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배당 성장주로서의 매력도 부각 중이다.

이런 논리로 밴스 후보의 3대 지수 ETF 투자도 설명 가능하다는 것이다.

월마트의 배당수익률은 23일 현재 1.18%로 높지 않지만 꾸준히 배당금을 인상 중이다.

저평가 매력도 갖췄다.

월마트의 주가매출비율(PSR)은 0.86배로 1배 밑이다.

월마트 시가총액이 이 회사가 한 해 벌어들이는 매출보다 낮다는 뜻이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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