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TV Who Is?] 피해자들 밤샘 투쟁하는데…구영배 큐텐 대표 어디에

구영배 큐텐 대표 (회사 제공)
▲CEO 오늘

위메프에서 2천명 내외의 고객이 밤샘 끝에 여행상품 결제 대금을 환불해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티몬도 오늘 일찍 문을 열고 고객의 구매 대금 환불에 나서고 있습니다.

26일 오전 8시 기준으로 위메프 본사 현장에서 환불받은 누적 인원은 약 2천명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날 오후 9시까지 1천400여명이 환불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으나 밤새 수백명이 추가로 돈을 받아갔습니다.

위메프는 이틀 전부터 본사에 몰린 고객들을 상대로 현장 환불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수기로 고객 정보를 받아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시작해 속도가 다소 더뎠으나 전날 오전 10시부터 QR코드로 고객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바꿔 전산 처리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현재 위메프 본사에는 환불받은 다수 고객이 귀가하면서 한산한 상황입니다.

전날 밤늦게 본사 사무실 점거 사태를 빚은 티몬도 이날 새벽부터 현장 고객에 대한 환불을 시작해 수십명이 환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큐텐이 지난 2월 현금 2천300억원을 주고 인수한 북미·유럽 기반 전자상거래 플랫폼 위시에서도 환불이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돼 환불 지연 사태가 큐텐그룹 전체로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상황이 악화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꼽힌 모회사 큐텐 창업자 구영배 씨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사태 해결을 위해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지는 불확실합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구영배 큐텐 대표가 사재를 털어서라도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자금조달 계획에 이같은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금융당국은 과거 태영건설 워크아웃시 총수 일가에 사재출연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전날 티몬 본사 사무실에서는 이번 사태의 피해 규모를 대략 짐작게 하는 직원 메모가 발견됐습니다.

메모에는 "5천억∼7천억원(티몬)+예상 1조원 이상"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티몬의 미정산금만 5천억∼7천억원에 달하고 모회사인 큐텐과 위시, 위메프 등의 계열사까지 합하면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위메프와 티몬에서 보고한 미정산 금액이 1천600∼1천700억원"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메모에는 "정상화 어려움 판단/ 기업 회생 고려"라고 적힌 부분도 눈길을 끕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이미 회사 정상화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 티몬과 위메프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채무 일부를 탕감받게 돼 최종적으로 거액을 정산받지 못하는 다수의 판매자가 생겨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경영 활동의 평가

△사내 벤처로 나스닥까지 간 '지마켓 신화'

구영배 대표는 서울대를 졸업한 후 미국계 유전 개발회사에서 일하다 1999년 이기형 당시 인터파크 회장(현 그래디언트 회장)을 만나 회사에 입사하며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듬해 사내벤처로 옥션의 경매 방식을 적용한 '구스닥'을 출범했으나 성과를얻지 못했고, 2003년 이름을 지마켓(G마켓)으로 바꾸고 오픈마켓 사업모델을 도입하며 고성장을 이뤘습니다.

오픈마켓이란 자유롭게 물건을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장터'로 당시 새로운 상거래 기법으로 주목받았습니다.

2004년 1만 건이던 지마켓의 거래 건수는 2005년 60만 건으로 급증했고, 연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하며 옥션을 제치고 국내 이커머스 1위로 올라섰습니다.

2004년 지마켓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고, 2009년 미국 이베이에 5500억원에 매각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마켓 주식을 갖고 있던 구영배 대표는 715억원을 손에 쥐었습니다.

구영배 대표는 경업금지 조항에 따라 2010년 싱가포르에 건너가 이베이와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큐텐을 설립했습니다.

△큐텐으로 또 나스닥 꿈…적자 플랫폼 '줍줍'

구영배 대표는 경업금지가 풀린 2019년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한국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이어 2022년 티몬을 시작으로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 미국 쇼핑 플랫폼 위시, AK몰 등 5개 플랫폼을 잇달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습니다.

구 대표가 플랫폼들을 사 모은 이유는 이들을 활용해 물류 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물동량을 늘려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티몬과 위메프의 경영권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인수할 수 있던 것도 이같은 계획이 잘 먹혔기 때문이었습니다.

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들 플랫폼을 인수했습니다.

그러나 만년 적자 기업들을 인수한 것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인수 전에도 적자였던 티몬과 위메프는 큐텐에게 인수된 후 재무 상태가 더 나빠졌습니다.

위메프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1025억원으로 1년 사이 84% 증가했고, 티몬은 올해 감사보고서도 내지 못했습니다.

현재 두 회사의 합산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9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최근 들어 티몬과 위메프는 선불충전금인 티몬캐시와 문화상품권·배달앱 금액권 등을 선주문 방식으로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자주 열었습니다.

시장에선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긴 판매자 정산 주기를 활용, '돌려막기'를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생애

구영배 대표는 1966년 2월 23일 전라남도 구례군에서 태어났습니다.

1985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자원공학과에 입학하여 1991년 졸업했습니다.

1991년 대학 졸업 후 미국계 석유 개발 기술 기업인 슐럼버거에 입사했습니다.

이후 8년간 호주, 이집트, 영국 등을 돌아다니며 석유탐사 및 유전개발 업무를 맡으며 엔지니어, 기술 매니저로 일했습니다.

1999년 슐럼버거를 퇴사하고 인터파크에 입사했습니다.

2000년 인터파크의 경매사이트 '구스닥'의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았다가 인터파크에서 사내 벤처 형태로 구스닥(G마켓)을 창업했습니다.

이후 자본금 10억 원으로 별도 법인으로 출범시켰고 2003년 구스닥을 G마켓으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2007년 G마켓이 연간 거래액 3조 원을 넘어서며 기존 1위였던 옥션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습니다.

이후 나스닥에 상장하여 옥션을 인수하여 보유하고 있던 이베이에 2009년 G마켓을 매각했습니다.

G마켓 매각 이후 이베이와 맺었던 대한민국에서 10년간 동종업종 창업 및 재직 제한에 걸려 싱가포르로 떠났고, 2010년 싱가포르에서 큐텐을 창업했습니다.

2020년 이후 한국으로 재진출해 2022년 티몬을 인수한데 이어, 2023년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를 잇달아 인수하며 주목 받았습니다.

외국계 기업 재직 당시 만난 인도 귀족 출신 여성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학력/경력

학력 : 1991년 서울대학교 자원공학 학사 졸업

경력 : 1991년 미국 슐룸베르거 입사
1999년 인터파크 입사
2000년 사내 벤처 구스닥 출범
2003년 G마켓으로 사명 교체
2006년 G마켓 미국 나스닥 상장
2009년 G마켓 미국 이베이에 인수
2010년 이베이와 합작회사 큐텐 설립
2022년 티몬 인수
2023년 인터파크 쇼핑 사업부 인수, 위메프 인수
2024년 AK몰, 위시플러스 인수


▲어록

"제 스스로도 강조하고 제 직원들과 함께하고 싶은 것은 성공에 대한 열정입니다. 성공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그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달성시키겠다는 의지, 열정과 의지가 있는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고 같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최대한 합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들을 추구하는 자세입니다. 그동안 개인이 갖고 있던 지적 능력이나 경험 보다 중요한 것이 얼마나 사람이 열려있고 새로운 것들을 치열하게 탐구하고 추구할 수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것에 의해 처음에는 모르겠지만 몇개월이 지나고 몇년이 지나면 개인의 성취도 차이가 많이 나고 회사에 대한 기여도에서도 많이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굉장히 우리는 성과지향적인 문화를 갖고 있지만 그 성과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법 속에서 결과를 달성해야 합니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법 속에서 높은 성과를 내려면 굉장히 많은 고민과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합니다."
(2006년 7월, MBN 인터뷰)


[ 황주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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