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e커머스(C커머스)의 국내 공략이 본격화된 뒤로 위조상품(짝퉁) 판매 등 국내 패션 브랜드 훼손 사례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C커머스 플랫폼은 자체 상품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피해를 방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수많은 짝퉁이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국내 패션업계에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피해를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25일 인공지능(AI) 기업 마크비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C커머스에서 유통된 짝퉁 및 무단판매 건수는 총 33만6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전체 탐지 규모의 80%를 넘어선 수치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티셔츠가 가장 많았으며 가방, 선글라스, 목걸이 등 패션 제품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탐지량은 매년 꾸준한 증가세로, 올해는 특히 C커머스의 국내 시장 공략이 가속화되면서 기울기가 더욱 가팔라졌다.

특히 지난 6월 한 달간 탐지량은 테무가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전인 전년 동월(2023년 6월)과 비교해 1년 만에 1.7배 증가했다.


상반기에 탐지된 짝퉁 및 무단판매 리스트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6억9000만원에 달한다.

탐지량과 동일하게 2021년(2억8000만원), 2022년(6억2000만원), 2023년(9억5000만원)까지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일례로 패션 전문 C커머스 업체 쉬인은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국내 첫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개점 첫날부터 일부 제품 디자인이 유명 상표 제품을 연상케 해 가품 논란이 벌어졌다.

해당 팝업스토어에선 해외 유명 브랜드인 '폴로 랄프 로렌' '프레드페리'를 비롯 국내 패션 브랜드인 '키르시' 등이 연상되는 로고가 박힌 티셔츠 등이 1만원대에 판매됐다.

논란이 가열되자 쉬인은 하루 만에 문제 제품을 모두 진열대에서 배제했다.


지난 23일에는 C커머스를 통해 국내로 반입된 짝퉁 약 5만점이 세관 당국에 의해 적발되기도 했다.

인천세관은 올해 4월 22일부터 6월 14일까지 해상 특송 집중 단속에서 국내 패션 브랜드와 해외 유명 브랜드 등 지식재산권(IP) 침해 물품 4만9487점을 적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나 늘어난 양이다.

해당 짝퉁이 판매되는 플랫폼 비율은 타오바오 76%, 알리익스프레스 11%, 1688닷컴 10%, 테무 0.4% 등으로 C커머스 비중이 99%로 압도적이었다.


국내 패션업계는 짝퉁 및 무단판매 행위가 브랜드 IP를 침해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막기 위해 고심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4일 출범한 한국패션산업협회의 '패션IP센터(FIPC)'가 업계에서 내놓은 대표적 자구책이다.

패션IP센터는 국내 패션 브랜드들에 IP 침해 시 대응 방법을 포함한 포괄적 컨설팅을 제공한다.


현재 패션IP센터는 출범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그사이 센터가 조사한 짝퉁 의심 사례만 1682건이나 된다.

그중 유통을 차단한 사례도 250건에 이른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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