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만원씩 싸게 팔다니 말도안돼”…중국산에 밀리는 韓철강, 정부에 SOS

배 만들때 쓰는 두꺼운 철판 ‘후판’
철강업체 “중국산 톤당 20만원 싸”
정부에 반덤핑 제소하며 대응나서

中, 美 관세 높이자 韓에 밀어내기
작년 중국산 수입 1년새 73% 쑥

산업통상자원부 [사진 제공=연합뉴스]
중국의 저가 후판 밀어내기로 직격탄을 맞은 한국 철강업체들이 정부에 반덤핑 제소를 하며 대응에 나섰다.

후판은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배를 만들 때 사용하는 두꺼운 철판이다.

조선업 호황으로 조선사들의 후판 수요는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값싼 중국산 수입제품이 밀려들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피해액이 불어나고 있다.


24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복수의 국내 철강회사들은 중국산 저가 후판 수입이 급증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에 반덤핑 제소를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반덤핑 제소가 들어온 것은 맞다”며 “조사개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덤핑 조사신청을 접수한 산업부는 2개월간 검토를 거쳐 조사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조시개시가 이뤄지면 3개월간 예비조사가 이뤄지고 무역위원회에서 예비판정을 내린다.

본조사 후 최종 반덤핑 관세 부과 결정까지는 길게는 1년 가까이 걸릴 전망이다.


반덤핑 제소가 무역위와 기획재정부를 거쳐 최종 수용되기 위해서는 중국 업체들이 후판을 중국 안에서 판매할 때보다 한국에 더 싸게 팔았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또 국내 업체들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도 규명돼야 한다.

최종 피해가 확정되면 정부는 반덤핑 과세를 부과한다.


실제 중국의 경기회복 지연으로 최근 중국 내에서 과잉 생산된 물량이 국내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후판 수입은 지난해 112만t으로 전년보다 7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누적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68만8000t으로 전년 동기대비 12% 늘어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유통되는 중국산 후판의 점유율은 2022년 11%, 지난해는 17%였지만 올 상반기 기준 20%대로 늘어나는 추세”고 설명했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중국 철강업체들이 자국 유통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한국에 제품을 수출해 국내 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산 후판 수입 가격은 t당 70만원 선으로 국내 후판 유통가격 대비 10~20만원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장벽을 높이고 있어 값싼 중국산 후판이 상대적으로 수출이 용이한 한국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가 정책을 앞세워 중국산 철강재가 국내 시장에서 장악력을 넓히자 국내 업체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최근 철강·조선업계 간 후판 가격 협상이 지지부진 한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두 업계는 상·하반기 각 1회씩 후판 가격을 두고 협상하는데 입장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조선업계는 중국산 후판을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철강재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조선업계의 이같은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최근 상반기 후판 협상 가격은 종전대비 낮게 조정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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