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호황을 누렸던 건설기계 업체들이 북미, 유럽 등 선진 시장과 중남미 등 신흥 시장의 동시 침체 영향으로 올해 2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HD현대건설기계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9.3% 감소했고, 두산밥캣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다.


24일 HD현대건설기계는 2분기 매출액 8530억원, 영업이익 586억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1년 전보다 매출은 17.4%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39.3% 줄어든 수치다.


고금리 여파와 글로벌 건설 시장 침체로 신규 장비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선진 시장인 북미·유럽과 신흥 시장인 튀르키예, 중남미 등의 수요가 모두 부진한 점이 영향을 줬다.

지역별로 보면 2분기 북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2257억원을 기록했다.

신흥 시장의 경우 달러 강세에 따라 구매력이 약화됐다.

HD현대건설기계는 튀르키예, 중동·아프리카, 중남미, 대양주, 러시아 등에 직접 수출하는데 직수출 매출은 1년 전보다 35% 감소한 2384억원으로 집계됐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발효되면서 러시아 판매가 사실상 사라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북미 지역은 재고 조정 기간을 거치고 있고, 유럽은 전쟁 여파로 회복이 더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두산밥캣은 올해 2분기 매출액 2조2366억원, 영업이익 239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3%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48.7% 줄었다.

두산밥캣은 소형 건설기계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북미는 두산밥캣 매출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주요한 시장이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에는 신흥 시장이든 선진 시장이든 금리가 높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구매 수요가 줄었다"며 "두산밥캣의 경우 북미 지역에서 인프라스트럭처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점이 구매 지연 요소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두산밥캣의 지역별 매출은 북미가 22% 감소했다.

유럽·중동·아프리카(EMEA)는 16%, 아시아·라틴아메리카·오세아니아(ALAO)는 10% 줄었다.


두산밥캣·HD현대건설기계와 함께 국내 건설기계 3사로 꼽히는 HD현대인프라코어도 2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최근 HD현대인프라코어는 2분기 매출 1조1082억원, 영업이익 81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1년 전보다 매출은 15.7%, 영업이익은 49.7% 줄었다.


업계는 올해 하반기부터 건설기계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한결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시작했고, 미국과 영국에서도 9월부터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며 "3분기에서 4분기로 갈수록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관측했다.


HD현대건설기계 측은 이날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금리 인하 지연으로 하반기 수요 조정이 지속되겠지만 딜러 재고 조정 후 상반기 대비 하락폭은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회사는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러시아 시장이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기업에 대한 러시아 관련 제재를 풀어준 이력이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 러시아의 연간 시장 수요는 1만1000~1만6000대 정도였다"고 말했다.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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