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평가주 잔혹사 ◆
올해 들어 헐값 합병이나 상장폐지가 늘면서 소액주주들이 강제 현금청산을 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밸류업 드라이브가 시작되자 이를 피하기 위해 대주주, 사모펀드 등이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을 상장폐지시켜 개인투자자들이 되레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PBR이 1배를 밑돌 정도로 주가가 낮은 종목이 비자발적으로 퇴출되거나 합병당한 사례가 최근 급증했다.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은 8조70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특정 대주주를 위한 이런 상장폐지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 공개매수 등을 통한 상장폐지는 우량 기업에 대한 투자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주주환원을 통해 제 가치를 찾기는커녕 시장에서 비자발적으로 퇴출되거나 합병당하는 '밸류킬' 종목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올 초부터 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시동을 걸었지만 은행·자동차 업종을 제외한 다수의 저PBR주는 수혜를 보지 못하고 있다.

'밸류킬'은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나 합병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커넥트웨이브, 락앤락, 신성통상 최대주주는 모두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모두 시총이 기업순자산가치보다 낮은 상태에서 진행된다.

저평가 해소를 기대하고 장기 투자해왔던 주주들은 싼값에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반발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최근 발표된 두산그룹 사업구조 개편에 따르면 두산밥캣은 상장폐지되고 주주들은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를 받는다.

매출액이 200배 더 많은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와 기업가치를 1대1로 동일하게 두는 합병 구조를 두고 두산밥캣의 저평가 상황을 악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화그룹 역시 (주)한화 지분 8%를 인수하는 한화에너지의 최근 공개매수 가격 3만원을 두고 주주들 사이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오너 일가가 100% 소유한 한화에너지가 여러 차례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몸집을 불러온 것에 반해 지주회사 격인 (주)한화의 주가 관리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규식 비스타글로벌운용 펀드매니저는 "주가를 눌러놓고 상장폐지하는 사례는 적은 돈으로 일반주주를 축출하고 대주주의 지분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김제림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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