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역대급 가치 하락을 기록한 엔화가 재반등하고 있다.

엔화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160엔까지 뚫으며 가치가 하락했고, 원·엔 환율도 100엔당 850원대까지 추락한 이후 880원대로 올라섰다.


한동안 더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분위기까지 감지됐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피격 사건 이후 강달러와 엔화 약세 등을 문제시하면서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에 엔화로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반등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환율은 100엔당 887.08원을 기록했다.

지난 10일 100엔당 856.19원을 기록한 이후 3.6% 반등한 것이다.


미국의 올해 첫 금리 인하가 9월에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이 확정적으로 여겨지는 데다 일본 당국도 엔화 약세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 대응할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 사건 이후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최근의 통화 움직임을 문제라고 인식하는 발언들을 내놓은 영향을 직접 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우리는 심각한 통화 문제를 안고 있다"며 "강달러와 엔화·위안화 약세는 미국에 매우 불리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엔·달러 가치는 이달 들어 1986년 이후 38년 만에 최저치인 달러당 160엔을 뚫었고, 시장에서는 엔화가 160엔 수준에서 움직이는 '초(超)엔저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 이후 반등 가도에 올라탔다.

이 때문에 엔화가 반등했으나, 미·일 간 금리 격차가 축소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당분간 엔저 분위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있다.


금리 격차가 축소되기 위해서는 일본이 파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수출은 늘어나지만 극도의 엔저 상황에서 내수 부진이 가속화되면서 허약해진 일본 경제 분위기상 강력한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이 9월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 일본 엔화로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ETF는 올 들어 두 자릿수 수익률 하락에 고전하다 이달 들어 다시 3% 상승하며 반전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말 상장한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 ETF는 상장 7개월 만에 순자산 3000억원을 돌파해 3258억원을 기록 중이다.


올해 3월 출시한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도 상장 한 달여 만에 개인 순매수액만 300억원을 돌파하며 인기를 얻었다.

서학개미들은 일본 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스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를 올 들어 4억3395만달러(약 6019억원)어치 순매수하기도 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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