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공식 통계 첫 공개…작년 6배
메카 일대 기온 섭씨 51도 넘기는 폭염

이슬람 정기 성지순례(하지) 기간이 진행되던 지난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아라파트산 기슭에서 의료팀이 폭염으로 인해 온열질환에 시달리는 순례자를 이송하고 있다.

[사진=AFP연합]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고기온 섭씨 50도가 넘는 폭염 아래 치러진 이슬람 정기 성지순례(하지) 사망자가 13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23일(현지시간) 파하드 알잘라젤 사우디 보건부 장관은 이날 국영TV에 출연해 엿새간의 하지 기간 동안 온열질환으로 숨진 사람이 총 130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하지 사망자 200명의 약 6배가 넘는 수치다.


매년 이슬람력 12월 7~12일에 치러지는 하지는 무슬림이 반드시 해야 할 5대 의무 중 하나다.

가상 성스러운 이슬람 종교의식인 하지는 재정적 여건이 허락하는 한 일평생 반드시 한 번은 이슬람의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찾아야 한다.


이슬람 성지순례와 관련해 공식 사망자 집계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는 지난 19일 끝났지만, 사우디 보건부는 많은 사망자가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은 탓에 신원 확인과 시신 처리에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슬람력의 1년은 그레고리력보다 10일가량 짧아 성지순례 기간이 매년 앞당겨진다.

올해 하지는 사우디의 무더운 여름철과 겹치면서 온열질환에 따른 피해 규모가 예년보다 더 커졌다.


사우디 국립기상센터에 따르면 지난 17일 메카 대사원 마스지드 알하람의 낮 최고기온은 섭씨 51.8도까지 치솟는 등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메카 일대의 기온은 매 10년 마다 섭씨 0.4도씩 계속 상승하는 추세에 있다.


알잘라젤 장관은 “사망자들의 약 83%가 사우디 당국의 공식 순례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들은 제대로 된 쉼터나 피난처도 없이 직사광선 아래 장거리를 걸어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에 따르면 사망자 가운데선 특히 노인과 만성질환자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순례자 가운데 열사병 등 온열질환 증상을 보이는 이들에게 총 46만5000건의 응급처치를 제공했고, 이 가운데 14만1000건은 공식 순례 허가를 받지 않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올해 사우디 정부가 공식 승인한 성지 순례자들은 약 180만명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외에도 중동 지역국가인 이집트, 요르단, 이라크, 이란, 세네갈, 튀니지를 비롯해 무슬림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파키스탄 등지에서도 성지순례 관련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각국 정부에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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