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나오면 연락 꼭 주세요”…급감한 서울 아파트 전세물건, 집 못구한 세입자 발동동

전월 서울 전세수급지수 138.2, 25개월만에 최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3개월 새 12.6%↓
각종 규제도 전세품귀에 악영향
입주장 효과 사라진 강동구 전셋값↑

지난달 14일 서울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임차인이 애타게 매물을 구하고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주형 기자]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 품귀’ 현상이 지속되며 이달 전세수급지수가 2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량 또한 3개월 사이 12% 넘게 줄어들었다.

전문가 사이에선 전세사기 여파로 인한 빌라 기피 아파트 전세로 수요가 쏠리는 현상이 계속되며 전셋값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38.2(기준선 100)로 지난 2022년 4월(139.3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세수급지수는 KB부동산이 공인중개사무소에 설문으로 시장동향에 대한 문의 조사 결과를 지수화한 통계로, 100을 초과하면 공급이 부족하고, 100 미만일 경우 공급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량도 최근 들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아실 자료를 보면 지난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량은 2만8776건으로 지난 3월(3만2914건) 대비 12.6% 줄었다.


자치구별로 보면 영등포구는 같은 기간 1243건에서 760건으로 38.9% 감소했고, 중구(379건→258건), 양천구(1030건→782건), 강남구(7684건→6041건) 등도 20~30%대 감소폭을 보였다.

다만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 길동 ‘강동헤리티지자이(1299가구)’ 등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강동구는 아파트 전세 매물이 2476건에서 3321건으로 34.1% 늘었다.


이러한 서울 전세 공급 부족 심화는 최근 1~2년 새 잇따른 전세사기 및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등의 영향으로 다세대·연립주택 기피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수급지수가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이는 건 빌라 전세수요가 아파트로 이동하며 전세시장 유통물량이 감소한 영향”이라며 “전셋값이 여전히 2년 전 대비 낮은 편이라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제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실거주의무, 계약갱신청구권 등 규제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3일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인 강남구 청담·대치·삼성동, 송파구 잠실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판단에서다.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성동구 성수동, 양천구 목동 일대와 서울 정비사업 예정지 일부도 규제 대상으로, 서울 전체 면적의 약 10%가 규제로 묶여 있다.

가구 수로 환산하면 약 10만 가구에 달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아파트를 매수하면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 가능하다.

전세 낀 ‘갭투자’는 사실상 할 수 없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청담·대치·삼성)의 전·월세 가격이 미시행 지역인 주변(논현·도곡·역삼)보다 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전과 비교했을 때 전·월세 매물 공급 위축이 나타나며 가격이 올랐다.


2021년 7월 말 시행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도 임대차 시장 ’매물 품귀‘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임대차법에 따라 세입자는 거주 기간 동안 계약갱신청구권을 1회 사용할 수 있는데, 2년을 거주한 세입자가 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고 계약을 갱신한 경우 2년 후(4년 거주 후)에도 갱신청구권을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서울에선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고 갱신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22년 40.8%→2023년 67.0%→2024년 70.6%) 실질적으로 임대 매물이 6년(2+2+2년)간 묶이게 된다.


2021년 도입 당시 ’전·월세 금지법‘이라는 비판이 일던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실거주의무 기간(2~5년)을 부여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도 임대차 시장 불안에 한몫을 담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올해부터 3년간 실거주의무 유예를 결정했지만, 그 사이 전·월세 공급의 한축을 담당해 온 신축 아파트 임대 물량이 묶이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여기에 사라진 ’입주장 효과‘도 전셋값 상승의 또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반적으로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면 전세 매물이 늘어나 주변 전셋값이 떨어지고 집값이 출렁이는데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신축 선호가 높아지고 주택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지난 1년간 전셋값이 오르고 있는데다 매물 품귀 현상까지 겹치면서다.

전문가들은 최근엔 대단지가 입주하더라도 실제로 전월세 시장에 풀리는 매물이 적어 기대만큼 전셋값 하락을 기대하기 어려울수 있다고 진단한다.


아실 자료를 보면 강동구의 전세매물은 두달전 2830건에서 3369건으로 19% 가량 늘었다.

하지만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면서 입주를 앞둔 단지의 매매가와 전셋값도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림픽 파크포레온의 입주권은 전용 84㎡가 앞서 지난 3월 19억7177억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21억519만원, 21억5897억원에 실거래가가 신고됐다.

강동헤리티지자이 전용 59㎡ 역시 지난 3월 10억8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에는 11억8000만원에 매매가 체결됐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과거 헬리오시티 입주장 당시에는 부동산 경기가 안좋아 시세가 크게 내렸지만, 원베일리나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입주장 효과가 거의 없었다”면서 “신축에다 입지, 교육 등을 고려해 조합원들 거주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주변 시세가 출렁일순 있겠지만 기대만큼 전셋값을 낮추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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