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구금 몬테네그로 총리, 알고 보니 ‘테라 초기 투자자’

소속 회사가 투자했다는 해명과 달리 개인 투자 사실 드러나
권도형 인터폴 수배 이후 따로 만난 적도

권도형과 밀로코 스파이치 몬테네그로 총리의 부적절한 관계를 다룬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 예스티 . (비 예스티 페이스북 갈무리)

‘테라·루나’ 사태 주범으로 꼽히는 권도형이 구금 중인 몬테네그로 총리가 권도형이 설립한 ‘테라폼랩스’ 초기 투자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나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는 현지 시각으로 1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제출한 테라폼랩스 관련 문서를 바탕으로 밀로코 스파이치 총리에 대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SEC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는 테라폼랩스가 설립된 2018년 4월부터 2021년 여름까지 투자한 초기 투자자 81명이 기재돼 있다.

스파이치 총리 이름도 이 명단 16번째에 등장한다.

스파이치 총리와 권도형의 연루 의혹이 이미 한 차례 불거졌지만 스파이치 총리는 개인 투자가 아닌 당시 근무했던 회사가 테라폼랩스에 7만5000달러를 투자해 사기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자료에는 스파이치 총리가 2018년 4월 17일 개인 자격으로 루나 코인 75만개를 1개당 10센트에 구매했다고 기록돼 있다.

또한 이 자료에 그가 2017년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몸담았던 싱가포르 펀드 회사 다스 캐피털 SG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스파이치 총리가 10센트에 구매한 루나 코인은 4년 뒤인 2022년 4월 1190배인 1개당 119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한 달 뒤엔 개당 1원 미만으로 떨어지는 대폭락 사태가 벌어졌다.

비예스티는 “스파이치 총리가 폭락 전 75만개 루나 코인을 팔지 않았다면 9000만달러 가까운 손실을 본 것이 된다”며 총리실은 폭락 직전 스파이치 총리가 루나 코인을 몇 개나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스파이치 총리는 권도형이 인터폴 적색 수배를 받던 시기인 2022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따로 만난 사실도 확인됐다.

스파이치 총리는 “수배받았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반박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3월 권도형이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됐을 땐 자신이 당국에 정보를 흘린 덕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하다 붙잡힌 권도형이 소환될 국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현지 시각으로 지난 1일 몬테네그로 텔레비전(RTCG)과 인터뷰에서 “대법원은 몬테네그로 사법 체계 최고 법원으로서 권도형 범죄인 인도와 관련해 누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명확히 판결했다”면서 한국과 미국 중 어느 나라로 보낼지는 오직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