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배임죄 폐지해야···경영판단 원칙 명시화도 필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에서 상법 개정 등 이슈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4.6.14 [김호영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상법 개정의 일환으로 배임죄 폐지 필요성을 주장했다.


14일 이 원장은 금감원에서 열린 상법 개정 관련 브리핑에서 “배임죄는 현행 유지보다는 차라리 폐지가 낫다고 생각한다”며 “경영진의 판단이 형사 법정이 아닌 보드룸에서 균형감을 갖고 결정되도록 하고 만약 다툼이 있다면 민사법정에서 금전적 보상으로 주주 등 사이에 정리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임죄 폐지 이유에 대해 이 원장은 “형사법 영역에서는 배임죄 등으로 인해서 이사의 의사결정이 과도하게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있고 수사기관의 판단 대상이 되는 형태로 왜곡돼 있다”며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 제도는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선진화되지 못했다”며 “회사법 영역에서는 지배주주 이외 소액주주 등 제3자 보호가 미흡하고, 형사법 영역에서는 이사의 판단에 과도한 형사처벌을 하는 두 가지 모두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두 가지는 모두 서로 상대방의 원인이기도 하고 결과이기도 하다”며 “형사 처벌이 과도하다 보니 처벌 범위를 줄이기 위해서 이사회 의무를 지나치게 좁혀놓기도 했고, 또 반대로 이사의 의무가 지나치게 좁다 보니 이를 견제하면서 의무 위반 시에는 형사처벌까지 삼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 양자 모두를 함께 개혁 대상으로 생각하고 패키지를 논의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과 함께 배임죄 폐지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액주주 보호 장치를 높이는 것과 배임죄 처벌을 없애거나 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형사처벌의 범위를 좁히는 것은 병행되어야 될 과제”라며 “이를 통해서 경영진이 균형 감각을 갖고 주요 거래에 있어서 주주 이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다만 현실적 사정으로 인해서 폐지까지는 어렵다면 예를 들자면 구성 요건에 사적 목적 추구 등을 명시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사적 (이익) 추구 등의 어떤 구체적인 구성 요건을 추가함으로써 정말로 나쁜 짓을 한 때만 (배임죄가) 적용이 될 수 있도록 한정을 해야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형법상의 배임죄를 건드리는 것이 쉽지 않다면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확히 하고, 특별배임죄만이라도 폐지하는 것들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배임죄는 형법의 업무상 배임과 회사법의 특별배임 두 가지로 처벌하고 있는데, 적어도 이 중 회사법상 특별배임죄를 없애 처벌 강도를 줄이자는 것이다.


경영판단의 원칙과 관련해 “물적 권한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결론에 도달했다 하더라도 이해관계가 상충하거나 이를 반대하는 주주가 있다면 수긍할 수 있는 주식 매수 청구권 행사 가액을 보장한다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결정에서 발생하는 과실을 나누는 식의 경영진의 균형 감각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그 절차라든가 내용을 규정할 수 있다”며 “이런 절차를 거쳤다면 당연히 경영진은 형사처벌 위험에서 빼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재계가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과 관련해 이 원장은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까지 확대돼야 된다는 점에 있어서 입장이 명확하다”면서도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의 이가 균형 있게 고려됨으로써 서로 윈윈하자는 구조를 만들어가자는 취지이지 지배주주의 긍정적인 역할을 폄하하거나 지배주주에게 불리한 부담을 주자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모든 경영활동에 주주충실 의무가 적용되면 기업경영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일상적인 경영활동에 지금 무슨 사업적 잣대를 갖다 대는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 원장은 배임죄 폐지 등 이날 발언 내용이 정부 내부에서 합의된 사안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기재부나 금융위나 경제수석실 등과 합의된 결론은 아직 없다”며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이러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정부 내에서 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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