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에 계약서 쓰면 웃돈 드릴게요”…아기 아빠가 왜 이러나 했는데, 알고보니

‘신생아 대출’ 주택가액 9억 이하
서울 동대문·성북구 수요 몰리며
가격 올라 9억 넘기는 경우 속출
일부는 다운계약서 편법 쓰기도

전문가들 “기준 상향할 필요있어”

성북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매경DB]
직장인 A씨(34)는 오는 8월 첫째 출산을 앞두고 있다.

A씨는 정부에서 출산 가구에 지원하는 신생아 특례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매할 계획이었다.

신생아 특례 대출은 출산 이후 신청이 가능해 출산 전엔 매수 대상 단지를 알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집값이 상승 기조로 바뀌며 연초 신생아 특례대출이 가능했던 단지 가격이 주택가액 기준(9억원)을 넘겨 대출이 어렵게 됐다.

A씨는 집값이 더 저렴한 외곽 지역으로 매수 대상을 바꿔야 할지 혹은 주택 매입을 포기할지 고민하고 있다.


올해부터 최저 1%대 금리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신생아 특례대출’이 실시되며 주택 매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대출이 실시된 지난 1월 29일부터 지난 4월 29일까지 약 석달간 2만986건, 액수로는 5조1843억원의 대출 신청이 접수됐다.


신생아 특례 대출은 출산 2년 이내 가구에 주택 구입 또는 전세 자금을 빌려주는 대출이다.

주택 가액은 9억원 이하, 면적은 85㎡ 이하를 대상으로 한다.


접수된 대출 중 주택 구입 자금(디딤돌) 신청은 1만4648건, 액수는 3조9887억원으로 전체의 77%를 차지했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주택 수요는 증가 추세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작년 12월 1790건에서 올해 4월 4840건까지 증가한 것도 신생아 특례대출 출시와 무관치 않다.


문제는 9억원 이하 주택 수요가 늘며 가격이 점차 뛰어 대출 기준을 넘어선 단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 삼성래미안2차가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는 올해 초 전용 81㎡(6층)이 8억9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엔 9억4500만원에 계약됐다.

현재 매물도 저층을 제외하면 호가가 9억원이 넘는다.


서울 서대문구 DMC래미안e편한세상(전용 59㎡)도 연초엔 8억7500만원(6층)에 거래됐지만 최근 10억원에도 계약되고 있다.

KB 시세도 최근 9억원을 넘어서 신생아 특례대출이 힘들어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5월 기준 서울의 9억원 이하 아파트 매물 비중은 전체의 39.67%다.

하지만 상당수 9억원 이하 매물은 노원구(83.59%), 도봉구(91.82%), 강북구(81.95%) 등 서울 외곽에 몰려있다.

이렇다 보니 선호도 높은 서대문구와 동대문구, 성북구 등 매물부터 소진되기 시작해 신생아 특례대출 가능 단지가 줄어들고 있다.


신생아 특례대출 금리 혜택이 파격적이다보니 시장에서는 가격을 9억원 이하로 맞추는 편법 요구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이 따르면 올해 2~5월 거래된 서울아파트 매매거래 중 9억원에 계약된 건수만 145건에 달한다.

서울 성북구 한 공인중개사는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자가 많은데 9억원에 다운계약서를 쓰고, 별도로 웃돈을 주겠다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전했다.


하반기부터는 9억원 이하 주택 찾기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3분기부터 신생아 특례 대출 소득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한 때문이다.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기준이 부부 합산소득 1억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완화된다.

정책대출 이용 대상이 늘며 9억원 이하 주택 수요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1주택 양도세 비과세 기준도 12억원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정책 대출 수혜 대상을 넓히기 위해 신생아 특례대출 주택 가액 9억원 기준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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