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조정을 겪은 국내 증시가 5월에는 반등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와 달리 '셀 인 메이(Sell in May·5월엔 주식을 팔고 떠나라)'라는 증권가의 오랜 속설이 이번에도 들어맞았다.

'셀 인 메이'는 주식시장에서 5~10월보다 11~4월 상승률이 높아 5월에는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격언이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삼성전자의 주가가 부진한 데다 외국인도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5월 코스피는 결국 마이너스로 마감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5월 한 달간 -2.0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중동의 지정학 리스크에 고환율·고유가 여파까지 겹치며 코스피가 1.99% 하락한 데 이어 5월에도 지수가 떨어지면서 2700선을 회복하지 못한 채 마감했다.

특히 코스피 시가총액 10위권 대형주 가운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7개사가 부진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4월 초 8만5000원을 돌파하기도 했던 삼성전자는 5월 들어 5.16%의 하락률을 나타내면서 7만3500원까지 추락했다.

2차전지 관련주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며 신용등급 전망까지 하향 조정된 LG에너지솔루션이 14.91%의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고, POSCO홀딩스 역시 8.89% 떨어졌다.

바이오 대표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6.53%)와 셀트리온(-6.77%)도 함께 내리막을 걸었다.


코스피가 침체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와 '밸류업 관련주'로 꼽히는 현대차KB금융은 선방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쥔 SK하이닉스는 연초 14만원대에서 이달 20만원을 오르내릴 정도로 주가가 치솟았다.

현대차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계속되면서 한 달 동안 0.8% 올랐다.

외국인은 이달 현대차를 총 278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밸류업 공시 1호 기업인 KB금융도 이달 5.03% 상승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HBM 검증이 지연되면서 주요 반도체 기업들과 달리 주가가 내리막을 걸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으로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고 있는 데 비해 삼성전자는 납품이 미뤄지고 있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한때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던 삼성전자에서 노조가 첫 파업 선언에 나선 것도 영향을 끼쳤다.

외국인 투자자는 최선호 종목이었던 삼성전자 주식을 5월 한 달간 2조5823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도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을 불러일으키면서 코스피 하락을 부추겼다.

지난 22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매파적으로 해석되자 국채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기대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국채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FOMC 의사록 공개 이후 예상과 다르게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해지고 매크로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됐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6월에는 2600선 아래까지 하락세를 이어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6월 FOMC 회의까지는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지만 금리 방향이 명확해진다면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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