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이 부족해지자 월세 물량도 덩달아 급감하는 등 주거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입주 물량 급감이 전세 물량 부족을 촉발하고, 그 여파로 월세를 대안으로 선택하는 실수요자가 늘고 있다.

여기에 빌라 전세 사기 사태 여진까지 계속돼 월세 물량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28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 물건이 최근 한 달 새 1만7883개에서 1만6876개로 1007개(5.7%) 줄어들었다.

1년 전(2만2829건)보다는 무려 26.1% 급감했다.


한 달 새 전세 매물도 3만334개에서 2만8482개로 6% 이상 줄었다.

이 기간 서울에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된 곳은 영등포구(26%), 마포구(16%), 중구(14%), 금천구(13%), 양천구(10%) 순이다.

월세 매물 역시 마포구(23%), 강서구(22%), 성북구(19%), 중구(18%), 양천구(18%) 중심으로 씨가 마르고 있다.

전·월세 물량이 동시에 급감하는 지역이 상당 부분 겹쳐 전세를 구하기 힘들다 보니 결국 월세로 돌린 상황으로 풀이된다.


그나마 전·월세 매물이 유의미하게 늘어난 곳은 서울에서 가장 단지 규모가 큰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이 있는 강동구다.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잔금 마련 등을 목적으로 한 물량이 대거 나오고 있다.

현재 전·월세 물량으로 각각 3256개, 1543개가 나왔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실수요자들이 전세 물량 감소에 따라 대체재 역할을 하는 월세로 몰리고 있다"며 "현 시장은 매수보다 전세에 안주하는 수요가 많은데 여기에 공급 물량 부족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달 서울 입주 물량이 '0'에 그친 것도 전세난을 부추겼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다음달 입주 예정 물량도 1299가구에 그친다.

지난해 6월(4946가구)과 비교하면 73.7% 급감했다.


월세 매물 부족은 서울 아파트 월셋값도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에 따르면 월셋값은 지난해 6월부터 11개월 연속 상승해 4월 기준 102를 기록했다.

지난달 변동률은 0.18%로 전국 평균(0.11%)을 웃돌았다.


지난해 임대차 시장을 강타한 빌라 전세사기 여파도 수급 불안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그동안 빌라 등 다세대 시장은 전세와 월세 비중이 6대4 정도로 형성됐는데 전세사기 여파로 월세로만 몰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여기에 불안감이 커진 기존 빌라 시장 수요자들이 아파트 시장에 대거 진입해 물량 감소와 가격 상승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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