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리코노미 흔드는 인플레 ◆

최근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과 '두 개의 전쟁'이 촉발한 인플레이션이 주요국 정치 지형도마저 바꿔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20개국(G20) 중 13개국에서 사실상 정권 교체가 이뤄졌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절반 이상인 20개국에서 집권당이 패배했거나 패배가 유력한 것으로 전망됐다.


19일 매일경제신문이 2022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주요국 선거 결과를 분석한 결과, 물가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면서 사실상 고물가와 저성장에 대한 심판이 글로벌 선거를 좌우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올해는 전 세계 76개국이 선거를 치르면서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폴리코노미(Policonomy)' 현상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포퓰리즘을 의식한 돈풀기가 물가를 자극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에 이미 전국 단위 선거를 치렀거나 치를 예정인 나라는 34개국이다.

이 가운데 13개국(38%)에서 야당이 승리를 거뒀거나, 야당 승리가 유력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통화기금(IMF)과 OECD, 미국민주주의연구소(NDI) 자료를 종합한 결과 개별 국가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고물가에 따른 실질소득 하락이라는 '인플레 충격'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팬데믹 영향을 받은 2022년에 고물가 충격이 가장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전 세계 연간 평균 인플레이션은 8.7%에 달했고, 한국을 포함한 선진 경제권의 인플레이션은 7.3%를 기록해 2차 오일쇼크의 후유증에 시달리던 1982년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로버트 칸 유라시아그룹 전무이사는 "많은 국가에서 1970~1980년대 이후 본 적 없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겪고 있고, 정부에 압박을 가하면서 유권자를 불행으로 몰고 간다"며 "전 세계적 충격에 직면한 사람들은 좌파·우파를 막론하고 권력을 잡은 쪽을 징벌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에 이어 하반기에 열리는 9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11월 미국 대선 등도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경제 문제가 승패를 가르는 최우선 이슈로 떠올랐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고통이 강할수록 선거에서 집권 세력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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