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가라 하와이, 아니 제주도”…서울 다음 비싼 집값에 빈집 쌓여간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 1227가구
전국 빈집 10곳 중 1곳 제주에
고분양가에 외지인 투자수요 급감
제주 도지사 “건축 심의를 강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산방산 인근에 이른 봄을 알리는 유채꽃이 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지난달 제주 지역 아파트 입주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를 다 지었는데도, 거기를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비어 있는 집이 늘고 있다.


분양은 받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때문에 기존 집을 팔지 못할거나 비싼 이자 부담에 잔금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7일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제주도 내 아파트 입주율은 전월 대비 14.8%포인트 떨어진 59.2%로, 2019년 6월 이후 4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50%대 입주율은 전국에서 제주가 유일하다.


미입주 사유로는 갖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거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경우가 60%를 차지했다.

고금리 등으로 잔금 대출을 확보하지 못한 사례도 20%를 넘어섰다.


신생아 특례 대출과 부부간 중복 청약 등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여러 정책에도 주택 시장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아파트 입주 경기는 여전히 먹구름이 잔뜩 낀 모습이다.

이달 제주 지역 아파트 입주 전망 지수도 78.9로, 전월보다 7.7포인트 떨어지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제주 안에서 투자 수요가 줄어들면 입주율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면서 “서울 다음으로 제주가 높은 분양가를 보이고 있는 상태에다가 물가가 올라가고 관광 수요가 떨어지다 보니 인구 유출이 나타나 수요도 줄어들면서 입주율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지난 2월 기준 제주의 미분양 주택은 2485가구다.

지역별로 제주시 동(洞) 지역 미분양은 448가구, 서귀포시 동지역은 302가구로 각각 집계됐다.

읍면 지역은 제주시(1064가구)와 서귀포시(671가구)를 합쳐 1725가구에 이른다.


읍면동별로 ▲제주시 애월읍 616가구 ▲서귀포시 대정읍 376가구 ▲서귀포시 안덕면 293가구 ▲제주시 조천읍 263가구 ▲제주시 한경면 185가구 ▲제주시 아라동 118가구 ▲서귀포시 하효동 74가구 ▲제주시 화북동 68가구 ▲제주시 이호동 64가구 ▲서귀포시 강정동 58가구 등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1227가구로, 전체의 절반이나 된다는 점이다.

1년 전보다 61%나 늘어난 역대 최고치로, 부산(1174가구)이나 대구(1088가구) 등 다른 지방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제주 인구는 전체의 1.3%인데, 비해 악성 미분양 비율은 전국의 10.3%에 달한다.

전국에서 다 짓고 비어있는 집 10곳 중 1곳은 제주에 있는 셈이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사용검사를 받은 이후까지 분양되지 않는 상황에 해당한다.

입주가 시작됐는데도 주인을 못 찾은 만큼 여기서 발생하는 손실을 시공사나 시행사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물량이 건설사의 생존을 좌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제주도심 전경 [사진 = 연합뉴스]
제주의 ‘빈집’문제가 유독 두드러진 원인은 비싼 분양가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안 그래도 오르는 공사비에 섬 지역 특성상 자재 운반비 등 물류비용까지 더해져, 2월 기준 제주도 평균 분양가는 3.3㎡당 2481만7000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국에서 서울(3787만4000원) 다음으로 높은 금액이다.

경기도(2092만9000원)보다 비쌀 정도다.


실제로 분양 시장에는 찬바람이 부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보면 작년 12월 분양한 제주시 외도일동 ‘제이시티팰리스3차’는 1순위 청약에서 36가구 모집에 단 3명이 청약하는 데 그쳤다.

총 204가구 단지인 제주시 연동 ‘더샵 연동애비뉴’도 1순위 청약 신청자가 64명에 불과했다.


비싸도 더 오를거라 생각하면 거래가 되겠지만, 문제는 신규 수요가 실종 상태라는 점이다.

2021년 1107건(한국부동산원 자료)이었던 외지인 제주 아파트 거래량은 2022년 543건, 지난해 361건으로 빠르게 줄고 있다.


제주 부동산 업계는 고금리 등 대내외 악재가 여전한데다가 제주 선호 현상도 주춤해, 빈집 문제는 당분간 악화할 공산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한때 세컨드하우스 수요가 몰리며 제주 아파트 투자 붐이 일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정반대로 돌아섰다”면서 “고분양가 논란에 미분양 주택이 쌓여가는 만큼 당분간 제주 아파트 투자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제주 주택 매매거래는 513건으로 전월 대비 6.2% 감소했다.

반면, 전월세 거래는 2739건으로 전달 대비 7.4% 올랐다.

정 대표는 “현재 국내 주택 시장 가격 변동성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관망세가 짙어진 분위기”라면서 “이에 수도권뿐만 아니라 제주 역시 매매보다 전·월세에 수요가 몰리면서 주택 시장이 얼어붙은 상태”라고 말했다.


제주도내 악성 미분양 우려에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건축 심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오영훈 지사는 지난 18일 도의회 제426회 임시회 4차 본회의 도정질문에 출석해 “미분양 주택이 읍면에만 70%가량 몰려 있는데 최근 또 (안덕면에) 대규모 주택 허가를 내줬다”는 하성용 도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오 지사는 “건축허가를 제한할 규정이 있는지 확인했으나, 법령상 방법을 찾지 못했다”며 “건축심의 규정을 까다롭게 하는 방법 외엔 아직 명확한 대책을 마련 못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축심의 강화 차원에서 주택 1655가구의 착공을 연기하거나 취소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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