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엔 울리더니 이번엔”…실적 폭망에도 방긋 웃는 테슬람, 왜?

1분기 실적 예상치 밑돌았지만
머스크 “저가 전기차 출시” 밝혀
시간외 거래서 주가 13% 껑충

일론 머스크.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기대 이하의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테슬라가 내년 초 저가 전기차 출시 계획을 밝히면서 장마감 후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10% 넘게 급등했다.

이에 국내 2차전지주도 상승세를 보였다.


23일(현지시간) 테슬라는 올 1분기 매출 213억100만달러(약 29조3100억원), 순이익 11억2900만달러(약 1조5500억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 55%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매출 전망치 223억460만달러를 4.5% 하회한 수치로, 테슬라의 1분기 주당순이익(EPS)도 0.45달러로 전망치(0.52달러) 보다 13.6%나 낮았다.


테슬라의 전년 동기 대비 분기 매출이 감소한 건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이던 2020년 2분기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이다.

분기 매출의 감소폭(-9%)도 2012년 이후 가장 컸다.


2022년부터 본격화된 중국산 저가 전기차 공세로 테슬라의 수익성은 계속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테슬라의 1분기 매출총이익률은 17.4%로 1년 전(19.3%) 보다 1.9%포인트 내렸고, 역대 최고치인 2022년 1분기(29.1%) 대비 절반 가까운 수준에 그쳤다.

1분기 영업이익률도 5.5%를 기록해 1년 전(11.4%)에서 한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자율주행기능(FSD) 고도화를 위한 인공지능(AI) 학습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위한 10억달러의 자본 지출과 판매 부진에 따른 약 27억달러 규모 재고 증가로 테슬라의 1분기 잉여현금흐름은 25억3100만달러의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부진한 1분기 실적 전망에 테슬라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날 보다 1.85% 오른 144.68달러에 마감했다.

그러나 장마감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저가 신차 출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가는 장후 시간외 거래에서 13.3% 급등한 163.96달러까지 올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3일 컨퍼런스콜에서 “신형 모델 출시를 가속화하기 위해 초도양산 시점을 당초 논의하던 2025년 하반기에서 이르면 올해 연말 또는 2025년 초로 앞당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신모델은 기존 차량 라인업과 동일한 생산라인에서 생산할 수 있고, 완전히 현실화되면 300만대 이상의 양산 규모를 갖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8월에 특별 제작된 로보택시(사이버캡·Cybercab)를 선보일 예정이고, 기존 AI 인프라에 사용되는 약 3만5000개의 엔비디아 AI반도체 ‘H100’가 연말까지 8만5000대로 늘어날 것”이라며 테슬라가 지닌 AI·로봇 역량을 강조했다.


투자자들이 테슬라의 실적보다는 미래 성장 전망에 무게를 두며 투자 심리가 회복된 걸로 분석된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테슬라는 이미 1분기 차량 인도 실적 부진과 가격 인하로 인한 매출액 감소가 예상됐던 상황이었다”며 “다만 향후 전략 발표 내용에 테슬라의 주가는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분석했다.


테슬라 주가가 큰 폭으로 반등한 영향에 국내 2차전지 관련주도 강세였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2차전지주 10개로 구성된 KRX 2차전지 Top10 지수는 전일 대비 3.93% 올랐다.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은 전일 대비 4.05% 올라 38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 주가는 지난해 말 대비 10%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이날 에코프로머티와 포스코퓨처엠이 각각 8.53%, 8% 급등했다.

삼성SDI(3.69%), 에코프로비엠(5.14%)도 상승폭이 도드라졌다.


다만 국내 2차전지 업종이 추가로 반등하려면 개별 기업 실적이 중요하게 작용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등을 제외하고는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을 걸로 전망되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의 감산 영향을 고려할 때 상반기 배터리 셀, 소재 수요 부진은 불가피하다”며 “향후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의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꾸준히 기록하지 못하면 점진적인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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