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우회 상장 통로 ‘스팩’
24개중 10곳, 주가 40% 하락

한국거래소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 상장한 기업의 주가 폭락이 이어지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팩은 타 기업과의 합병을 목적으로 설립되는 명목상 주식회사로 ‘우회 상장’의 통로다.


2009년 도입 이후 직상장 조건을 맞추지 못하는 기업들이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우회로로 꼽힌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날까지 스팩합병(스팩소멸합병·스팩존속합병 포함)한 기업 24개사 중 이날 기준으로 상장일 종가보다 주가가 내려간 기업은 19개사다.


전체 기업의 79%에 달하는 숫자다.

이 가운데 주가가 40% 이상 급락한 기업은 10개사에 달한다.


스팩합병으로 상장한 기업의 수는 2021년 15개사에서, 2022년 17개사, 2023년 18개사 등 해마다 늘고 있지만 최근까지도 주가 침체를 겪는 기업 수는 과반을 훌쩍 넘는 상황이다.


스팩으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은 주가뿐만이라 아니라 실적도 부진에 빠져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한 라이콤·벨로크·라온텍·코스텍시스는 상장한 2023년에 적자전환했다.


밸로프, 씨싸이트 등은 지난해 영업이익 잠정치가 전년보다 90% 이상 감소했다.

2022년 영업적자 41억원을 기록했던 세니젠은 이듬해 영업적자가 63억원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지난 2022년부터 스팩 소멸 합병이 가능해지면서 스팩시장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나 ‘뻥튀기 상장’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잠재력 있는 비상장기업에 다양한 상장 경로를 열어준다는 취지로 설립됐지만, 합병 당시의 예상 실적을 달성하기는 커녕 주가가 폭락하는 사례가 빈번해 사실상 ‘뒷문 상장’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은스팩 합병 기업이 미래 영업실적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추정하는 등 기업가치(합병가액) 고평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제도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금감원이 지난 2010년부터 2023년 8월까지 스팩상장한 기업 139개사의 매출액 추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평균 매출액 추정치가 실제치보다 18%가량 미달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장 조건을 맞추기 어려운 유망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스팩 합병 상장이 미래 실적을 부풀려 투자금을 모이는 형태로 악용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기업을 제대로 분석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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