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시장에서 파운드화 투매 현상이 벌어지며 영국발(發) 금융위기 공포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 대비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으며 영국 국채금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로 인해 미국 다우지수는 S&P500과 나스닥에 이어 약세장에 진입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장중 한때 역대 최저인 파운드당 1.03달러까지 밀렸다가 소폭 반등해 1.07달러 수준에 마감했다.

파운드화는 영국 정부가 50년 만에 450억파운드에 달하는 대규모 감세정책을 발표한 이후 2거래일 연속 폭락했다.

국가채무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영국 5년물 국채금리는 4.603%를 기록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뒤늦게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상황을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BOE는 이날 늦은 오후 성명을 내고 금융시장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 달성을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BOE는 "11월 3일로 예정된 다음 통화정책회의 때 상황을 판단해 행동하겠다"고 덧붙였다.

시장이 바라던 '긴급 금리 인상' 기대가 무너진 것이다.


파운드화 폭락을 둘러싼 각국의 신경전도 고조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공조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점도 시장의 잠재적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 고위 인사는 영국의 감세가 세계 경기 침체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영국의 대규모 감세 정책이 불확실성을 높였고 경제 궤도가 어디를 향하는지 의문이 들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 감세에 따른 변동성이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가능성을 높이는지 묻자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경제의 기본 원칙은 불확실성이 클수록 소비자와 기업의 참여가 줄어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도 이날 외부 충격이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이 급격하게 진행한 통화긴축이 강달러를 더욱 심화시켜 전 세계에 경기 침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강달러가 다른 나라의 화폐가치 폭락으로 번지면서 전 세계에 물가 불안과 달러 부채 상환 부담 증가를 촉발하고 있어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공급망 악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도 타국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미국의 통화긴축 외에도 향후 경기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여전한 것이 강달러 현상과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미국 외에 다른 국가들은 통화가치 하락으로 '수출 증대'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 반면 에너지·식품 등 필수재 수입 가격 급등과 달러 부채 상환 부담 증가라는 악영향에는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달러화 강세가 부채 문제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이집트·케냐를 디폴트(채무불이행)로 몰아넣고 있다"며 "한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는 외국인 투자를 억제하는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금융정보업체 네드데이비드리서치는 자사 예측 모델을 바탕으로 전 세계 경기가 후퇴할 확률이 98%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네드데이비드리서치는 세계 경기가 후퇴할 확률이 이 정도로 높아진 적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과 세계 금융위기가 진행됐던 2008~2009년뿐이라고 분석했다.


[신혜림 기자 / 최현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