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미국 캔자스주 캔자스시티에서 한 직원이 선로 위를 지나가고 있다.

미국은 1992년 이후 30년 만에 철도파업을 목전에 두게 됐다.

[AP = 연합뉴스]

미국 철도가 노사 협상 결렬로 30년 만에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 내 화물 운송 비중의 30%를 차지하는 철도가 멈추면 공급망에 혼란이 일어나 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인플레이션 잡기'에 전력투구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막판 협상 타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철도는 이르면 16일 자정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철도 노사 양측은 한 달간을 '냉각 기간'으로 정하고 협상을 진행해왔는데,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채 종료 시점이 임박했다.

파업이 일어나면 1992년 이후 30년 만에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업에는 기관사와 엔지니어 등 철도 노동자 약 12만5000명이 참여한다.

파업으로 멈추는 장기 노선 화물열차는 하루 7000대에 달한다.


전미철도협회(AAR)는 철도파업이 발생하면 하루에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의 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철도는 미국 화물 수송에서 약 26.9%를 차지해 트럭(45.4%) 다음으로 비중이 크다.

뉴욕타임스(NYT)는 철도가 미국 장거리 화물의 40%, 수출 화물의 3분의 1을 수송한다고 지적했다.

국토가 넓은 미국에서는 철도가 해상 운송과 육상 운송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철도가 서면 미국 전체 공급망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업계에서는 철도파업으로 전체 화물의 30%가 갈 곳을 잃는다고 우려했다.


파업 시작 전부터 미국 곳곳에서는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전미여객철도공사(Amtrak·암트랙)는 15일부터 화물 선로를 이용하는 장거리 노선 운행을 중단한다.

시카고에서 로스앤젤레스·시애틀 등으로 가는 대륙횡단노선은 13일부터 이미 중단됐고, 뉴욕~마이애미 등 7개 장거리 노선은 14일 멈췄다.

버지니아~워싱턴 등 주요 도시와 교외 지역을 연결하는 통근 열차도 매일 24~28편씩 줄어든다.

유독성 화학물질, 신차, 곡물 등을 싣는 장거리 화물열차들은 열차가 중간에 설 것에 대비해 선적량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NPR가 전했다.

철도 운송량을 화물트럭 운송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거론되나 이미 트럭과 기사가 모두 부족한 상황이라 쉽지 않다.

미국트럭협회는 철도 운송 화물을 트럭으로 대체하려면 장거리 운행 트럭이 46만7000대 더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철도파업은 여러 분야에 걸쳐 연쇄적으로 문제를 야기한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멕시코 등 인접 국가에서 조립한 신차 인도가 늦어진다.

부품 공급이 지연돼 신차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캐나다에서의 원유 수입, 멕시코로의 휘발유·디젤 수출 모두 철도파업 시 대체 배송 방안이 필요하다.

사료 배송을 철도에 의존하는 가금류 농가,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을 앞두고 장난감·의류 배송을 준비하는 소매업도 피해를 본다.

운송비가 상품 비용으로 전가되면 물가 상승에 악영향을 미친다.

서비스 가격보다는 인상률이 낮았던 상품 가격이 들썩이면 물가를 진정시키기 더 어려워진다.

세라 하우스 웰스파고은행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상품 인플레가 가장 안심할 수 있던 분야인데, 철도파업으로 사정이 바뀌면 인플레 상황도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너선 굴드 미국 전국소매연맹 부사장은 "철도파업이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굴드 부사장은 "공급망 문제에 혼란이 더해지고, 추가 비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 노조는 임금 인상, 유급휴가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협상을 위해 임명한 긴급위원회는 5년간 임금을 22% 인상하는 등의 권고안을 내놨지만, 철도 노조 12개 중 가장 규모가 큰 두 노조가 병가 사용 등 근무조건 개선을 추가로 주장하는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인플레 억제가 시급한 상황에서 암초를 만났다.

WP는 "바이든은 늘 노조원들을 옹호해왔지만 국가 교통 인프라스트럭처 붕괴를 원하지는 않는다"며 "노사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 행정부가 조치를 취할 시간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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