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서울 중구 약수동 모습 [매경DB]
'3407억원', 올해 상반기 집주인에게 돌려받지 못한 전세 보증금 규모다.

피해자 대다수는 수도권·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세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발생한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는 총 1595건, 사고금액은 3407억원으로 확인됐다.

피해 규모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은 전세 계약이 끝났는데도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 HUG 등 보증기관이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반환해주는 상품이다.

1년 미만 전세 계약이나 고액 전세(수도권 7억원·지방 5억원 이상)는 반환보증 상품에 가입할 수 없다.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금액은 2019년 3442억원에서 2020년 4682억원, 작년 5790억원으로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단위 가구별 전세보증금이 오른 만큼, 사고금액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주택 유형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규모는 다세대주택 세입자가 1961억원(924건)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받았다.

이어 아파트 세입자 909억원(389건), 오피스텔 413억원(211건), 연립주택(93억원(47건) 순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경기 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다.

서울의 반환사고는 총 622억(1465억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고, 경기도가 420건(103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두 지역의 피해액만 2502억원으로 전체 피해액의 73.4%에 달한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집값 조정기에 진입하면서 흔히 '빌라'로 불리는 다세대주택을 중심으로 '깡통전세' 위험이 커지고 있다.

깡통전세는 전세보증금이 집값과 비슷하거나 집값을 넘어서는 경우를 뜻한다.

통상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80%를 넘어서면 깡통전세라고 본다.


계약 당시에는 깡통전세가 아니었더라도 집값이 떨어지면서 전세보증금보다 낮아지는 경우도 생긴다.

이렇게 되면 기존 전세금액으로는 다음 세입자를 구하기가 어렵고, 집을 팔아도 전셋값보다 적은 돈을 쥐게 되니 세입자는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높아진다.


더 큰 문제는 임대인이 보증금 돌려막기 식으로 여러 채의 집을 사서 '갭투기(집값과 전셋값 차이가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를 하다가 집값이 떨어지는 경우다.

이 경우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보다 집의 소유권을 포기하는 편이 집주인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집이 경매로 넘어가 세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것을 조언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보증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집주인이 '나쁜임대인' 리스트에 올랐는데, 세입자는 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HUG는 대위변제 후 구상채무가 남아있는 임대인에 대해서는 보증가입을 거절하고 있다.

인정보보호를 이유로 나쁜임대인 명단 공개도 안되고 있다.

보증사고를 발생시킨 악성임대인의 명단 공개 법안이 입법 논의 중이지만, 도입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양 의원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정부는 정기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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