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식(美食) 관광의 나라로 타이완(台灣)이 떠오르고 있다. 타이완은 원주민과 중국 이주민이 어울려 특유의 음식 문화를 만들어냈고, 이것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식도락 여행지로 유명한 타이완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음식의 메카 타이난(台南)이다. 타이완 현지인들도 순전히 먹방 여행을 위해 타이난을 찾는다.

타이난 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달다는 것이다. 과거 설탕의 대표적인 산지였던 타이난에서 설탕의 다량 사용은 부자의 상징처럼 인식되었다. 손님을 맞이할 때는 자존심을 내세우기 위해 단 음식을 대접했다. 더운 지역이어서 음식의 저장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다량의 설탕을 사용했다. 현지에서는 이것이 타이난의 단 음식 문화를 만들어낸 배경이라고 이야기한다.

타이난이 타이완의 음식 메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전라도를 음식 여행지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전라도 음식이 맛있는 이유에 관한 주장은 많다. 그러나 전라도 내에서도 간이 다소 세고 매운 편인 광주 음식과 상대적으로 싱겁고 감칠맛이 나는 전주 음식 등 차이가 존재하는데, 동서 또는 남북의 음식 특성에 관한 구분 기준에 관한 주장은 많지 않다.

음식을 벗어나면 구분 기준이 있는 것들이 있다. 전라도 농악(호남농악)의 경우 우도농악(右道農樂)과 좌도농악(左道農樂)으로 구분되어 있다. 우도농악은 평야 지대인 서부 지방의 농악이다. 장구가 중요시되며, 주로 느린 가락이 많으나 가락이 다채롭고, 춤사위가 발달했다. 좌도농악은 비교적 산세가 험한 동부 지방의 농악이다. 쇠와 장구가 중요시되며, 가락은 빠르고 투박하고 힘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라도 판소리 또한 섬진강을 중심으로 동편제와 서편제로 구분되어 있다. 동편제는 지리산을 끼고 운봉을 비롯하여 남원, 순창, 구례 지역의 판소리이며, 서편제는 광주, 담양, 나주, 목포, 보성 쪽의 소리이다. 동편제는 씩씩한 가락의 표현에 중점을 두고, 감정을 가능한 절제하며, 장단은 기교를 부리지 않아 남성적이다. 서편제는 슬픈 가락의 표현에 중점을 두며, 수식과 기교가 많아 감상적인 면이 강조된다. 소리가 늘어지고, 장단은 매우 기교적이며 동편제에 비해 여성스럽다.

전라도 농악과 판소리는 구분 기준에 따라 세밀한 특징을 표현하고 전달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전라도 음식 또한 동서 또는 남북 지역의 특징을 구분하고 표현하려면 호남농악이나 판소리처럼 분류기준이 필요하다. 그 분류기준은 음식 재료의 산지와 유통의 측면에서 전라선과 호남선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가 있다.

전라선은 여수에서 출발해 순천, 구례, 곡성, 남원, 임실, 전주를 거쳐 익산에서 호남선과 만난다. 호남선은 목포에서 출발해 무안, 함평, 무안, 나주, 광주, 장성, 정읍, 김제를 거쳐 익산에서 호남선과 합해진다.

전라선의 출발지인 여수와 호남선의 출발지인 목포 인근에서 많이 생산되는 수산물 종류는 다른 것이 많다. 좌도농악 지역과 겹치는 전라선 주변은 산세가 험한 지역이 많고, 우도농악과 겹치는 호남선은 평야가 많아 농산물과 임산물 생산에도 차이가 있다.

전라도의 음식은 이처럼 식재료 면에서 전라선권과 호남선권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범위를 좁혀 음식의 짠맛을 내는 기본적인 조미료인 소금과 장의 활용 측면에서 보더라도 두 지역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타이난의 음식 특성이 설탕 산지를 배경으로 한 단 음식이라면 호남선의 음식은 풍부한 소금을 배경으로 발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호남선의 출발지인 목포 인근의 신안군은 우리나라 천일염 생산량의 75% 이상을 차지한다. 소금이 풍부하므로 젓갈과 염장 및 이를 이용한 음식 문화가 발달했으며, 이는 호남선 음식 문화의 특성을 나타낸다. 대표적인 것이 목포, 나주, 광주 음식으로 젓갈이 많이 들어가며, 짠맛이 강하다.

소금 생산지와 거리가 멀며, 산간 지역으로 콩 재배가 많은 전라선 권역에서는 장문화가 발달되었다. 생선은 소금을 듬뿍 넣어 젓갈로 만들기보다는 반건조를 시켜서 유통을 많이 했고, 요리는 반 건조된 생선을 찐 후 양념장을 발라 먹는 문화가 널리 보급되어 있다. 산악지대가 많아 산채 나물류의 채취와 이를 이용한 비빔밥에 장과 고추장을 사용하는 문화도 발달되어 있다.

장류 음식이 발달한 곳은 전주, 남원, 순천, 여수 등이 대표적이며, 음식은 호남선 음식에 비교해 다소 싱겁다. 장을 활용한 양념과 장류가 많이 사용된 음식에는 전주비빔밥, 구례 산채비빔밥, 고흥 생선숯불구이, 광양숯불고기 등이 있고,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도 전라선 권역에 속한다.

전라선과 호남선 권역 음식의 특징은 교통의 발달과 함께 점점 희석되고 있으나 시골에는 전라선의 장과 호남선의 소금 문화가 반영된 음식이 아직 남아 있는 곳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 전라도 음식의 전라선과 호남선이라는 구분 기준은 전라도 음식을 세밀하게 이해하고, 즐기는 것은 물론 지역 향토문화의 정체성과 개성을 살린 음식의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허북구 농업 칼럼니스트·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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