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과거 수사 부실로 잘못된 판결 나와"
윤성여 "저같은 사람 더이상 나오지 않기를"
변호인단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할 것"

무죄를 선고 받자 윤성여 씨와 변호인단이 환호하고 있다.
[수원=매일경제TV]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억울하게 20년간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윤성여 씨가 31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과거 수사 기관의 부실 행위로 잘못된 판결이 나왔다"며 윤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수사 당시 경찰관들의 가혹행위와 불법 체포 감금, 자백의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점 등으로 인해 판결이 잘못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증거로 사용될 수 없음에도 사용된 점, 현장 검증에 객관적 진실과 일치하지 않는 점이 부당했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잘못된 판결로 인해 윤 씨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고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법부 구성원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 선고가 피고인에게 위로가 되고 명예회복에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피고인의 신체 상태, 범행 현장의 객관적 상황, 피해자 부검감정서 등이 다른 증거와 모순된다"며 "반면 이춘재의 자백 진술은 내용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드러나 신빙성이 있는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의 판결문 낭독이 끝나자 윤 씨의 변호를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 법무법인 다산의 김칠준, 이주희 변호사와 방청객들은 박수를 치며 크게 환호했습니다.

재판을 마치고 나온 윤 씨는 심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같은 사람이 더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고 앞으로 공정한 재판이 이뤄졌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라며 담담하게 심정을 밝혔습니다.

윤 씨의 변호를 맡은 김칠준 변호사는 "31년만에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환영한다"면서 "지난번 검찰이 구형할 때 사과했는데 오늘 재판부도 사법부를 대신해 인권 최후의 보루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을 사과한 것도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윤 씨가 개인적으로 수사 관계자들을 용서한다고 했지만, 잘못을 구체적으로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게 변호인단의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윤 씨의 변호인단은 판결 내용을 토대로 경찰의 불법 행위와 검찰의 불법 행위, 법원의 오판까지 모든 과오로 인한 것들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춘재 8차 사건은 지난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당시 13살 중학생이던 박 모 양이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사건입니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 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습니다.

[배수아 기자 / mksualuv@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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