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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한 표`가 좋은 나라를 만들진 않는다
기사입력 2020-10-3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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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전 한국에 민주주의가 과소한 게 문제였다면 지금은 과잉이 문제로 지적된다.

'민주주의' '다수결' 등 미명을 앞세운 아마추어리즘이 득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을 결정하고 책임을 져야 할 전문가와 관료들은 온데간데없고 지식과 경험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국가 대소사를 좌지우지하는 경향이 심화됐다.

최근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입학생 추천권을 시민단체가 갖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게 대표적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과학이라고는 고등학교 때까지 배운 게 전부인 이들이 겨우 한 달 정도 공론화위원회에서 논의한 끝에 원자력발전소 운명을 가름했다.


이런 때 경제학자 가렛 존스의 신간 '10% 적은 민주주의'(원제 10% Less Democracy)의 민주주의 진단은 뼈아프다.

조지메이슨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며 자본주의를 연구하는 그는 비용-편익 분석을 적용해 최대한의 민주주의가 초래하는 과도한 비용을 지적한다.

서문에서부터 "부유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유권자들이 정부에 관여하는 민주주의의 정도가 다소 지나치지 않은가"라고 꼬집는다.

이어 "평균 시민들로부터 국가에 대한 통제력을 조금 빼앗을 수 있다면, 그 개혁 후 당신의 국가는 그런 개혁이 없었을 때에 비해 훨씬 더 나은 상태가 될 것"이라며 민주주의 정도를 10%가량 낮추자고 권한다.


구체적 방안들 중 지식을 갖춘 유권자들에게 투표상 가중치를 부여하자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교육 수준이 평균 이상인 국회의원 선거구 크기를 평균보다 10% 축소하고, 평균 이하 교육 수준인 선거구는 평균보다 10% 넓히자는 것이다.

이러면 교육 수준이 높은 곳은 대표자가 늘어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줄어든다.

양원제 의회를 운영하는 국가에선 대학 학위 또는 그에 상당한 학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상원의원 선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도 제안한다.

더블린대학교와 아일랜드국립대학교 등 명문대 졸업생에게 상원의원 10%를 선출할 수 있도록 한 아일랜드를 예로 들며 상위 140개 대학 졸업생에게 똑같은 권리를 주자고 말한다.


지나친 참정권 확대가 유권자의 평균 정보 수준을 저하시켜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카타니아대학교와 암스테르담자유대학교 연구 결과를 인용해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음모론을 믿는 경향도 높아진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저자는 "유권자들의 능력이 거의 동등하다는 구호는 거짓말"이라며 "최저 수준 학력자들의 투표를 제한하는 것이 좋은 정책을 펼칠 수 있는 확률을 높여준다"고 강조한다.

이 밖에도 그는 포퓰리즘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 정치인들의 임기를 늘리고, 국채 보유자들로 하여금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등 자못 대담한 주장들을 내놓는다.


그렇다고 민주주의 혐오론자인 건 아니다.

저자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단 한 번도 기근이 일어난 적이 없다'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의 견해에 강력히 동의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학살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에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런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준의 민주주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부연한다.

즉 현재 수준에서 민주주의를 다소 낮춘다면 체제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유권자들의 편익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저자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현실은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완전 무결한 모형대로 작동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저자의 문제의식을 어떻게 현실화할지는 정치인들 몫이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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