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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체인지` 강조하던 최태원…모두가 움츠릴때 과감한 M&A
기사입력 2020-10-20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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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 인텔 낸드 인수 ◆
SK하이닉스가 미국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을 10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20일 경기도 성남시 SK하이닉스 분당캠퍼스에서 임직원들이 사무실을 오가고 있다.

[한주형 기자]

SK그룹이 그룹 성장동력에 또 하나의 날개를 달았다.

20일 SK하이닉스가 10조3000억원 규모의 사상 최대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자 재계 안팎에서는 끊임없는 투자로 그룹 성장동력을 모색해 온 SK가 또 하나의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조3000억원이라는 금액은 SK그룹의 역대 최대 규모 M&A이자, 국내 기업의 해외 M&A로도 역시 최대 규모다.


이번 역대급 빅딜이 성사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평소 경영철학인 '딥체인지(근본적 변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딥체인지란 최 회장이 1998년 회장 취임 이후 꾸준히 던져온 화두로, 그룹 경영의 큰 크림을 그리는 철학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근본적 변화만이 기업 생존을 담보한다는 것이 '딥체인지'의 기본 전제다.


최 회장은 올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기업이 생존 위기에 몰리는 상황에서 줄곧 '딥체인지' 철학을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달 SK그룹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코로나19 환경을 위기라고 단정짓거나 굴복하지 말고 우리의 이정표였던 딥체인지에 적합한 상대로 생각하고 성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코로나19에서 비롯한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환경 변화와 새로운 생태계 등장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한 바 있다.


최 회장이 불과 한 달 전 언급한 '성장의 계기'가 20일 SK하이닉스가 미국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 전체를 인수하는 '사건'으로 치환된 셈이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가 낸드 부문 한계를 단기간에 극복하기 위해 무려 10조원이 넘는 자금을 들여 인텔의 낸드 사업 인수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재계에서는 2012년 하이닉스, 2018년 도시바 그리고 이번 인텔 낸드 사업부문 인수를 최 회장의 반도체 관련 3대 M&A로 꼽는다.

반도체가 그룹 핵심 포트폴리오로 자리 잡으면서, 최 회장의 연이은 반도체 관련 인수와 투자를 SK그룹 성공의 '열쇠'로 삼고 있다는 해석이다.

재계에서는 2012년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한 것을 '신의 한수'로 꼽는 데 이견이 없다.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하기 직전인 2011년 그룹 시가총액은 50조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SK하이닉스 편입 이후 2013년 말 재계 순위(시총 기준)가 바뀌었고, 2017년 말에는 시총 100조원을 돌파했다.

당시 삼성그룹에 이어 국내 기업 2위로 올라서며 SK의 저력을 드러냈다.


하지만 SK의 반도체 사업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과거 SK그룹이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할 당시 그룹 내부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며 만성 적자·부실 기업으로 낙인찍힌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것 자체가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당시 최 회장은 "내 애니멀 스피릿(동물적 감각)을 믿어 달라"며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 결국 하이닉스 인수를 성공시켰다.

이 같은 최 회장의 선 굵은 행보에는 부친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의 가르침이 그대로 녹아 있다.

최종현 회장은 평소 "10년 뒤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늘 생각해야 한다"며 1980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등을 인수했다.

지금의 SK를 이루고 있는 핵심적인 사업 포토폴리오다.


최 회장은 이번 인수 건 외에도 코로나19로 기업이 위축된 올해 투자와 인수 행보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SK그룹이 올해 진행한 중요한 투자 인수 건을 살펴보면 SK머티리얼즈금호석유화학전자소재사업 인수(2월), SK종합화학의 프랑스 아르케마 폴리머 인수(6월), SK건설의 EMC홀딩스 인수(9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메모리 사업(10월) 등이 대표적으로, 이들의 인수금액은 총 11조5000억원에 이른다.

투자의 경우 SK(주)가 올해 1월 벨스타슈퍼프리즈(LNG 냉열 재활용 콜드체인 업체)에 250억원을, 이어 7월엔 중국 왓슨(전기차 부품 동박 제조업체)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기업 투자가 위축되는 가운데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저하지 않는 재계 서열 3위 수장의 모습이 남다르다"며 "다른 한국 기업들에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SK그룹은 21일부터 제주도에서 2박3일간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세미나에서도 역시 딥체인지는 빼놓을 수 없는 화두로, 코로나19로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방법론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각 계열사 CEO들은 관계사별 성장방법론 및 미래 전략과 비전을 담은 '파이낸셜 스토리'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단순히 재무적인 성과를 넘어 사회적 가치까지 수치로 평가해 시장, 투자자, 고객 등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이다.


[이윤재 기자 /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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