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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규제 3법` 혹 떼러 갔다가 `기업질식 법` 뒤통수 맞은 재계
기사입력 2020-09-2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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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방위 집단소송제 도입 ◆
기업규제 3법을 설득하러 국회에 갔다가 법무부의 입법예고에 뒤통수를 맞은 경영계는 아연실색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제는 단순한 기업규제법안이 아닌 '기업질식법안'까지 들고나왔다는 것이다.

21대 국회 들어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들이 정부 입법으로 줄줄이 나오면서 경제단체장들이 연일 국회를 방문해 입법을 설득해야 했다.

23일에도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 서병문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 등과 함께 야당 대표를 만나 설득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한 차례 법무부의 입법예고가 나온 것이다.

면담을 마치고 나온 손 회장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 기업과 관련해 많은 입법안이 제출되고 있어 기업의 부담과 경영 활동에 큰 짐이 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손 회장과 경제단체장들은 이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전달하고 특히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관련 노조법 개정안이 선진국 중 파업이 가장 많은 우리 노사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도 "정부가 기업 부담을 늘리는 법안을 입법 추진하는 것은 코로나 위기로 어려운 기업들에 경영 불확실성을 더욱 키운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특히 집단소송제를 전면 확대하면서 증거개시제까지 도입해 남소 부작용에 대한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우선 자동차 업계는 징벌적 손해배상에 따른 천문학적 비용 부담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돼 우려가 크다.

이미 2009년 도요타자동차 리콜 사태, 2015년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로 도요타와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령받고 회사 경영이 휘청거린 전례가 있다.

도요타는 총 40억달러(약 4조7000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액을 얻어맞았고, 폭스바겐은 배상액이 95억달러에 달했다.

이미 국회는 올해 1월 고객이 손해액의 최대 5배 범위에서 자동차 제조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 이번 개정안까지 더해지며 자동차 업계는 도요타·폭스바겐의 전례가 국내에서 되풀이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 가전을 제조·판매하는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 기업들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지난해 건조기와 관련한 소비자들의 문제 제기로 한국소비자원의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하고, 자발적 무상 리콜을 결정한 바 있다.

이 중 일부 소비자가 단체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집단소송제 확대 시행 시 해당 건조기 제품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매일 일선에서 소비자들을 상대하는 유통업계도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혐의가 입증되지 않더라도 기나긴 소송전을 겪으며 기업이 무너지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화장품에 허가받지 않은 성분이 소량 함유돼 전량 수거하고 고객들에게 사과했지만 소비자 소송으로 수십억 원이 들었다"며 "소비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더라도 소위 '블랙컨슈머' 소송이 남발한다면 버텨낼 수 있는 기업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갈 정도 사안이면 업체는 이미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상태"라며 "굳이 기업을 파멸로 내몰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두 제도의 도입 근거가 됐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논란의 중심이 된 살균제가 대형마트들의 PB(자체 브랜드) 상품이었다는 점에서 부정적 인식이 굳어질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권익 보호라는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기업이 져야 할 법적 책임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책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세부적인 절차 등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할 경우 미국처럼 소송 과잉 사회로 가게 될 것"이라며 "우리 법체계와 전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집단소송의 경우 설령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선의의 기업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 이종혁 기자 / 강인선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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